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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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6

전혀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박은지 작가님

영배알고싶다2022.02.05 02:03조회 수 781추천 수 1댓글 4

아빠가 아프다... 로 시작한 첫 문장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공감하며 읽었어요.
저도 아버지가 아프시거든요.
공교롭게도 저희 아버지가 담낭암을 진단받던 날이 1월 7일입니다.

어린 저에게 아버지는 무서우면서도 안쓰러운(어린 나이에도 아버지의 삶이 힘들고 버거워 보였거든요) 사람이었어요.
아버지는 자신의 기고한 삶과 연이어 닥쳐오는 불행에, 현실도피 방법으로 술을 택하셨죠.
제가 대학교 때까지 알콜문제가 있었어요. 일년 내내 마시지는 않으셨지만(가정을 지켜야한다는 책임감이 강하신 분) 한 번 술을 입에 대면 짧게는 2-3주, 길게는 몇 달간 술에 의존해 사셨어요. 집안에서 대장이셨던 아버지는 정신과 치료 한 번 받지 않으셨죠.

그러다가 어느날 제가 대학교 때,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알고 덜컥 겁이 나셨나봐요. 이대로 계속 술을 마시면 딸래미 결혼하는 것도 못 보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될까봐.
차츰 술마시는 날이 줄어들더니 몇 년간 금주에 성공하셨어요.

그러다가 그 몇 년이 흐른,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부터 다시 술을 드시기 시작했어요. 물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반주하시기 시작했죠.

그때 쯔음엔 아버지는 어린시절 자신의 힘든 삶에 갖혀 마음 써주지 못한 딸과 친해지고 싶어 하셨어요.
아버지라고 부르면 가깝지 않아 보인다고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시며, 같이 소주 한 잔 하고 싶어서 딸래미가 좋아할 안주거리를 사오기도 하고.

딸래미는 아빠의 그런 마음을 알지만 어린시절 아빠의 모습이 생각이 나, 아빠랑 술 한잔 마셔주지 않았어요. 그러고 나면 마음이 참 불편했지만, 싫은건 억지로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다가 몇 달 전부터는 아빠가 원하는대로, 각자의 소주잔에 술을 따르고 마시는 정도는 해주었죠.
물론, 너는 뭐가 부족해서 아직도 시집을 못가냐  부터 시작해서 아빠가 중매를 서 볼게... 까지의 잔소리도 덤이었지만.

일단 아빠가 고주망태가 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끊을 수 있음에 안도했고, 술을 마시면 아빠가 조금은 더 유연해지는것 같아 좋기도 했어요. 건강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랬던 아빠가 담낭암 진단을 받고, 서울의 가장 큰 병원에서 진료받고 싶다고 하여 간 결과, 담낭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빠는 마음속으로 2기 정도 생각하신것 같아요. 그런데 4기라는 얘기를 듣자 마자 할 말을 잃으시더라고요. 엄마는 소리도 못내고 우시고, 저는 주먹을 쥐고 정신을 차려야 했죠.
정신이 없는 부모님에게 그 큰 병원은 절차가 친절하지 못했고, 자칫 잘못하면 추후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어요. 진료에 차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몫. 아빠가 조금이라도 빠르고,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게 그 넓은 병원을 혼자서 여기저기 뛰어다녔어요.

아빠는 일단 항암부터 시작하고, 사이즈가 줄어들면 수술을 결정해야 하는. 수술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가봐야 아는 그런 치료 중에 있어요.
현재 항암 4차 중 2차를 이번주 목요일에 맞으셨어요. 1차때도 그렇고 2차때도 그렇고 항암을 맞고 온 날이면 고열에 장폐색이 올 정도로 장기능이 떨어져 고생하시죠. 거기다가 몸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마음의 병까지 오신것 같아요. 축 쳐져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저의 보호자는 부모님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부모님의 보호자이기도 한 사실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이제는 역할의 교체가 될 때,
그 때 일까요?
저는 아직 자신이 없는데.
병 앞에서 한 없이 무너져 내리는 아빠를 보호하기 위해 부족한 저이지만, 진심으로 마음쓰고 기도하고 있어요. 제발...
아빠가 의사한테 한 말처럼, 아직 젊으니까...
제발...

박은지 작가님, 너무나 공감가는 글 감사합니다.
작가님 아버님도, 저의 아버지도 잘 이겨내셔서.
건강해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신동희
자꾸만 노려보게 되네요. (by kimmi) 푹 빠져 읽을게요 (by 그냥하자)
댓글 4
  • 2022.2.5 17:55

    박은지 작가님 에세이 읽으면서 동희님 생각이 났어요. 저와 소통할 때 늘 동희님은 아버님 걱정을 하셨던 게 기억이 나서요... 이제는 저도 건강을 생각할 나이가 되어가니 부모님은 더 신경을 많이 쓰셔야겠죠. 그간 먹고 사는거에 급급해서 건강을 잘 못챙기고 사셨어요. 에휴. 부모님 모두 건강이 좋은편은 아니세요. 암은 아니지만 혈압약부터 해서 한 번에 드시는 약 갯수가 한 움큼이에요. 일주일에 한번은 절에가서 초를 켜고 기도를 하지만, 평소에는 이틀에 한번 집에서 초를 켜고 기도를 드려요. 오늘 밤엔 박은지 시인님의 아버님과 동희님의 아버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 드릴게요.

  • @그냥하자
    2022.2.6 00:01

    감사합니다!!🙇‍♀️

  • 2022.2.10 09:33

    아... 동희님... 아버님께서 4기 진단 받으셨다니 제 마음이 다 덜컥 내려 앉네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을 겪고 있어서 더 안타깝고 마음이 쓰여요. 저희 아버지도 이번주에 항암 2차 받으러 입원하셨거든요 . '남들 다 받는 항암치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너무 괴로워하는 걸 보니까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동희님도 아버님 곁에서 얼마나 마음 고생 하실지.... 아직 보호자가 될 자신이 없다는 얘기 너무 공감했습니다. 대형병원이 너무 부모님세대에게 친절한 시스템이 아니어서, 보호자가 되기 싫어도 병원에서만큼은 내가 보호자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병원에서 부모님 모시고 얼마나 이리저리 다니셨을까... 코로나라 더 정신 없으시죠.. 병원갈때마다 검사하고 검사결과 기다려서 또 입원하고.. 간병도 제대로 못하고.. 저도 슬프고 안타까워 할 시간도 없이 정신이 빠져서 이리저리 돌아다닌 것 같아요. 많이 얘기 들으셨겠지만 가족들 건강도 잘 챙기셔야 해요. 그래야 아버님 간병도 더 잘 할 수 있으니까요. 입맛 없으셔도 잘 챙겨드셔야 해요. 정말 잘 챙겨드셔야 해요..

    꼭 기도할게요 동희님. 제가 성당에서 미사 반주를 19년이나 하고 있거든요. 그동안 기도를 잘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젠 제 기도를 신이 들어줄 때가 됐다고 굳게 믿고 있어요. 아버님 항암 잘 받으셔서 수술받으실 수 있도록, 수술 후에 항암치료를 이어나갈지도 모르지만 그 항암치료도 잘 이겨내셔서 다시 가족들과 편안한 일상을 보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동희님 동희님도 잘 돌보셔야 해요. 힘 보냅니다.

  • @여름방학
    2022.2.11 23:24

    그 힘, 힘껏 받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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