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심장이 몸밖에서 뛰어

시안2020.03.12 23:20조회 수 199추천 수 4댓글 0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머리가 아득해졌었다. 하자보수 하시는 분들의 짐을 들여 놓기 위해 잠깐 문을 열었고 곧 닫았다고 했다. 난 서울에 당일 출장을 왔는데 남자의 전화로 전기가 내 몸을 관통하는 찌릿한 현기증으로 넋이 나가고 있었다.벌써 4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집은 30층 건물의 21층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며 이름을 부르며 찾고, 꼭대기에서 지하까지 훑었다고도 했다. 급기야 나는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관리사무소의 CCTV를 확인해보라고 하고 정신없이 집으로 향했다.

 

집은 적막으로 가득했고 꼬미(검은고양이)조차 놀라서 숨어있었다. 샅샅히 집을 뒤지고 호랑이같은 성질과 싸움의 기술이 뛰어난  모카의 부재가 사실인것에 내 가슴 속 밭고랑이 패이기 시작했다. 남자에 대한 원망이 그 고랑에서 싹을 피웠고,잭의 콩나무처럼 마구 자라고 있었다. 미리 단속하지 않고 덜컥 문을 열어주다니라고 시작되는 마음의 소리를 거름삼아 뿌리를 내린 원망나무의 기둥이 굵어지려는찰라 전화벨이 울렸다. 소득 없는 통화를 맺고 난 계단을 따라 한 층씩 올라가며 모카를 불렀다.

 

23층을 막 오르는데 벽과 철문사이에서 파란 눈을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너무....믿기지 않아 현실감마저 없어졌다. 분명 남자는 21층부터 30층까지 계단을 오르며 구석구석 찾아보았고, 다시 내려오면서 지하까지 갔다가 다시 21층으로 올라왔다고 했다. 그때  모카는 어디 있었다는 말인가?

 

모카는 우리 집에 온지 한달 조금 넘었고, 적응할 틈도 없이 이사를 했다.그동안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고 귓볼은 미동도 없던 애다. 그랬던 모카가 내가 부르자 대답을 하며 빼꼼히 나를 보았다. 정말 파아란 눈동자가 너무도 예뻤다.

안아주자 모카 심장이 발랑발랑거리는데 그 진동이 너무커서 무서웠다.

 

모카를 찾았다는 소식에 남자는 집으로 왔는데 땀으로 범벅된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내가 남자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다는 강력한 메세지로 보였다.그 날 이후 모카는 완전 태도를 바꿨다. 

 

난 정말이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었다.고양이의 경계심이 나의 호기심과 만나면 쏜살같이 도망치고 있는 고양이 꼬리를 눈으로 쫓다 마치 빈털털이가 된 것처럼 허탈하게 돌아서야하는 사나운 심정이 되는게 약올랐었다.그런데 내 삶에 어쩔 수 없이 끼어든 모카를 잃어버렸다 찾은 사건 이후로  두려워졌다.꼬미나 모카가 없으면 난 어떻게 하지? 답이 없다.......

맛있는 글밥을 찾아 화선지에 옮겨 쓰고 먹그림으로 옷을 입히는 생계형 작가. 행간의 글들 사이에서 놀 생각으로 설레는 중
아직은 서툰 고양이와 나 (by 카이) 매일 같은 메일이 2통이 전달되네요. ㅎㅎ (by 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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