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7

도서관에는 정말 낭만이 있습니다. 한 점 의심도 없이요.

3번손님2022.03.16 13:03조회 수 953댓글 0

김정주 작가님의 에세이 <도서관, 낭만이 거기 있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의 제목을 딱 보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공감되어서요. 저는 도서관이라는 곳을 서른 중반에 처음 가보았답니다. 어릴 때도 가본 적이 없어요. 아무도 저를 도서관에 데리고 가 주는 사람도 없었고, 학창 시절 때 언니가 만화방에 들락거렸는데 그때도 따라가 본 적은 없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주위 엄마들은 책육아, 북스타드 이런 것을 말하며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들락거렸습니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어떤 엄마는 저에게 주영이 엄마, 독서 안 해요? 책 좀 읽으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도서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2018년은 제가 34살 되던 해였습니다. <<유튜브레볼루션>> 이라는 책을 하루에 다섯 시간씩 매일 읽으면서 두 달에 걸쳐 완독했더랬죠.

 

다섯 시간을 의자에 앉아 읽으면서 많이도 울었습니다. 분명히 활자를 읽는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돼서 울고, 한 문장을 읽었는데 다음 줄로 넘어가 지지 않아서 울고, 한 줄, 한 줄을 읽는 것이 힘겨워서 울고, 모르는 단어는 왜 이렇게 많은지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 가며 나는 왜 이렇게 모르는 것이 많은지 한심해서 울었습니다. 그렇게 두달이 지나고 나서야 완독이라는 성취감에 마지막으로 울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매일 글을 읽고, 글을 씁니다. 작가님께서 에세이에 언급한 것처럼, 대화를 하는 것이에요. 작가와의 대화, 저와의 대화요. 이렇게 4년이 지났고 지금의 저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6시에요. 눈뜨자마자 읽는 글이 에세이 메일링캣 셸리에요. 북크루에서 셸리의 글을 새벽 6시에 받아보는 것이 20211월 부터였으니, 14달째네요. 벌써 일 년이 넘었습니다.

 

이번 주 주제가 도서관이잖아요. 평소에도 도서관에 자주 가지만, 이번 주는 특히나 더 자주 갔답니다. 하루에 짬날 때 두 번씩도 갔어요. 어제는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 거의 다 되었지만 30분이라도 도서관에 머물고 싶어서 무리해서 갔다 왔습니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도서관에는 낭만이 있어요. 누군가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종이를 넘기는 소리, 아는 작가님의 책이 베스트 메인 자리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볼 때, 누군가 책의 등을 열심히 바라볼 때, 드디어 원하는 책을 찾았을 때, 한 가지 주제로 된 책을 모조리 골라내어 탑을 쌓아놓고 몇 시간이고 앉아서 촤르르 책의 목차를 분석할 때, 이 모든 것이 저에게는 낭만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뭐 먹기가 곤란한 상황인데, 언젠가 믹스커피 한잔을 타서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마시고 싶네요. 연습이 없어도 물 온도와 물양을 기가 막히게 맞출 수 있어요. 첫 직장이 대학부속 유치원이었는데, 10년 차 선배가 주임교사였고 저는 막내였거든요. 그때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이 주임교사에게 믹스커피를 타서 대령하는 것이었어요. 한 입 마셔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타와!” 불호령이 떨어지죠.

 

그렇게 버려지는 믹스커피가 아까워서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배부르고 입은 달고 화장실은 자꾸만 가고 싶어지는 것이었어요. 믹스커피는 꼭 종이컵에 타야 한다고 당부하던 주임교사가 기억이 나는군요. 어디선가 잘 살고 계실지 모르겠어요. 부디 안녕하시기를 바라요. 저의 한 시절을 함께한 주임교사도, 김정주 작가님도, 저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작가님,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편지 제목은 (by 빨간구두) 3편의 편지를 받고 (by 호호)
댓글 0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416 시즌1 이은정 작가의 '마실수 없는 커피'... 분홍립스틱 2020.05.13 514 1
415 시즌1 김민섭 작가님, "저는 커피를 싫... 아닙... 나무 2020.05.18 533 4
414 시즌3 점심 약속만 몇달 째 이수아 2021.01.12 599 3
413 시즌1 오은 작가님, 난데없이 쓸데없이 나무 2020.05.19 739 2
412 시즌1 늘 한 발 늦는 사람 빨간구두 2020.05.12 174 2
411 시즌3 좋은 방법 시안 2020.12.31 498 6
410 시즌4 이서희 작가님의 어쩌면, 행복한 운명론자를 읽고 바켄두잇 2021.05.27 803 5
409 셸리가 편지를 드립니다-《에세이》발송과 결... Shelley 2020.03.08 305 5
408 시즌7 저의 설레임을 증폭시킨 작가님들의 문장 함께... 3번손님 2022.03.05 1092 0
407 시즌1 찐~한 달달이 커피 화니 2020.05.12 189 2
406 시즌1 편지 제목은 빨간구두 2020.03.19 320 5
시즌7 도서관에는 정말 낭만이 있습니다. 한 점 의심... 3번손님 2022.03.16 953 0
404 시즌1 3편의 편지를 받고 호호 2020.03.11 137 4
403 시즌6 박은지 시인님의 시 <생존 수영> 함께 ... 이수아 2022.01.12 163 4
402 시즌1 독자도 새로운 시도중... 먼지 2020.04.17 109 4
401 시즌1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엄마오리 2020.04.17 97 3
400 시즌1 너무 재미있게 읽다가 역시! 했습니다 엘리시아 2020.03.23 114 4
399 시즌3 낮 12시엔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엄마의 모... 이수아 2021.01.13 499 5
398 시즌7 이번 주에도 작가님들의 글 잘 읽고 있어요.^^ 3번손님 2022.03.30 562 1
397 시즌4 복실이를 읽고 가슴이 먹먹하네요.ㅠㅠ 이수아 2021.06.22 716 0
396 시즌3 명일 조천 2월의 서신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외다 Shelley 2021.02.07 535 2
395 시즌2 엔드게임 빨간구두 2020.09.25 574 0
394 시즌3 그대 벗과 함께 내 《메일》을 받아볼 수 있소! Shelley 2020.12.18 515 0
393 시즌1 "그럼 네 하늘과 내 하늘을 합치면 우주... nafta 2020.05.11 300 3
392 시즌1 bittersweet Skye 2020.03.16 202 6
391 시즌8 아는 맛이 제일 무섭지요. 루우냥 2022.05.13 471 1
390 시즌1 ㅋㅋㅋ 왠지 사람 심리의 정곡을 찌르는 글이에요 지현 2020.05.15 444 2
389 시즌2 고마워요, 정말 많이요. 핸♡ 2020.09.25 543 1
388 시즌1 심장이 몸밖에서 뛰어 시안 2020.03.12 199 4
387 시즌5 송재학 시인님의 부계가 포항이었군요. 제 모... 이수아 2021.11.27 931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14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