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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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6

우리의 이별을 앞두고

kimmi2022.02.22 12:11조회 수 714추천 수 2댓글 2

'이별을 잘하는 법' 아무 생각없이 이번주 메일을 읽다가, 문득. 곧 있을 '우리의 이별'이 떠올랐어요.

혹시나 의도하신 것일까요? 2월이 다른 달보다 짧다는 걸 이렇게도 느끼네요.

 

어제 차무진 작가님의 글이, 남겨주신 음악에 알 수 없이 울컥했던 건 '폴라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우리의 이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김진규작가님의 글을 보며

어떻게 하면 잘 이별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해보았습니다.

 

꼭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것들과 이별하는 것은 나에게 항상 어렵다. 아마 그런 까닭에 나는 이별을 잘하는 법 따위는 없다고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저 역시 '이별'을 잘 하는 법이라는 게 있긴 할까? 싶기도 해요.

 

글을 쓰려면 어찌 됐건 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시에서는 행간에 고개를 비집어 넣고 조금이라도 숨을 수 있는데, 혹은 ‘이건 당연히 내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뻔뻔한 태도를 고수할 수도 있는데, 에세이는 얄짤없다. 결국 내 이야기다.

 

숨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준 작가님에게 저 역시 제 얘기로 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둥근 달이 떠 있었다. 가능했다면 증조할머니는 저것도 나에게 주려고 했을 텐데.

 

그때 내가 이별하는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었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모든 모습을 눈으로 찍었다. 기억하는 모든 모습을 공책에 옮겨적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 이라고 메모를 남기듯.

 

제가 처음 '기록' 그러니까 '이야기를 기록' '장면을 기록' '시간을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실행한 것도

몇 년 전 외할머니의 죽음이었어요. 할머니의 죽음 이후,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흐릿해지고 기억을 붙잡을 사진 한장 이야기 한장이 없다는 게 꽤 충격이었어요. 앨범에서 할머니의 가장 마지막 사진은 10년도 더 이전의 모습이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작가님 말처럼 이미 '끝난 이별'은 돌릴 수가 없었어요. 대신 '다가올 이별'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더라고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올 이별. 가족과의 이별을요.

그래서 엄마와의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써보고 싶어요. 

나만 보는 글이지만 그 기억이 제 삶에 그리고 엄마와 저의 시간에 조금 더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별이 남았을까. 이미 떠나간 것들에 대해서는 되돌릴 수 없다. 단지 이별을 잘하지 못했으므로, 끝난 이별에게 뒤늦게 잘해주는 수밖에 없다.

 

할머니와의 이별이 엄마와의 기록으로 이어졌듯

우리의 이별도 무척 아쉽겠지만, 이 이별이 우리를 또 어딘가로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각자 혹은 같이. 

 

댓글 2
  • 2022.2.22 18:26

    부족한 글로나마 만날 수 있었던 시즌6의 인연도 이제 곧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싱숭생숭합니다..ㅎㅎ

    어떻게든 지나간 이별을 마주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이별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22.2.22 22:46

    kimmi님 이번 시즌, 고생하셨어요.^^ 다음 시즌도 '에세이 메일링캣 셸리'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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