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6

우리의 이별을 앞두고

kimmi2022.02.22 12:11조회 수 720추천 수 2댓글 2

'이별을 잘하는 법' 아무 생각없이 이번주 메일을 읽다가, 문득. 곧 있을 '우리의 이별'이 떠올랐어요.

혹시나 의도하신 것일까요? 2월이 다른 달보다 짧다는 걸 이렇게도 느끼네요.

 

어제 차무진 작가님의 글이, 남겨주신 음악에 알 수 없이 울컥했던 건 '폴라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우리의 이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김진규작가님의 글을 보며

어떻게 하면 잘 이별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해보았습니다.

 

꼭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것들과 이별하는 것은 나에게 항상 어렵다. 아마 그런 까닭에 나는 이별을 잘하는 법 따위는 없다고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저 역시 '이별'을 잘 하는 법이라는 게 있긴 할까? 싶기도 해요.

 

글을 쓰려면 어찌 됐건 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시에서는 행간에 고개를 비집어 넣고 조금이라도 숨을 수 있는데, 혹은 ‘이건 당연히 내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뻔뻔한 태도를 고수할 수도 있는데, 에세이는 얄짤없다. 결국 내 이야기다.

 

숨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준 작가님에게 저 역시 제 얘기로 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둥근 달이 떠 있었다. 가능했다면 증조할머니는 저것도 나에게 주려고 했을 텐데.

 

그때 내가 이별하는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었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모든 모습을 눈으로 찍었다. 기억하는 모든 모습을 공책에 옮겨적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 이라고 메모를 남기듯.

 

제가 처음 '기록' 그러니까 '이야기를 기록' '장면을 기록' '시간을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실행한 것도

몇 년 전 외할머니의 죽음이었어요. 할머니의 죽음 이후,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흐릿해지고 기억을 붙잡을 사진 한장 이야기 한장이 없다는 게 꽤 충격이었어요. 앨범에서 할머니의 가장 마지막 사진은 10년도 더 이전의 모습이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작가님 말처럼 이미 '끝난 이별'은 돌릴 수가 없었어요. 대신 '다가올 이별'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더라고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올 이별. 가족과의 이별을요.

그래서 엄마와의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써보고 싶어요. 

나만 보는 글이지만 그 기억이 제 삶에 그리고 엄마와 저의 시간에 조금 더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별이 남았을까. 이미 떠나간 것들에 대해서는 되돌릴 수 없다. 단지 이별을 잘하지 못했으므로, 끝난 이별에게 뒤늦게 잘해주는 수밖에 없다.

 

할머니와의 이별이 엄마와의 기록으로 이어졌듯

우리의 이별도 무척 아쉽겠지만, 이 이별이 우리를 또 어딘가로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각자 혹은 같이. 

 

댓글 2
  • 2022.2.22 18:26

    부족한 글로나마 만날 수 있었던 시즌6의 인연도 이제 곧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싱숭생숭합니다..ㅎㅎ

    어떻게든 지나간 이별을 마주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이별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22.2.22 22:46

    kimmi님 이번 시즌, 고생하셨어요.^^ 다음 시즌도 '에세이 메일링캣 셸리' 잘 부탁드려요♡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689 5
116 시즌4 어쩌면 미움은.. 어떻게든 이해하고팠으나 실...1 정인바라기 2021.05.21 756 3
115 시즌4 '나' 사랑하기1 능이 2021.05.26 663 2
114 시즌4 이서희 작가님의 어쩌면, 행복한 운명론자를 읽고 바켄두잇 2021.05.27 804 5
113 시즌4 섬유유연제가 정의하는 나란 사람1 에제르 2021.06.01 775 5
112 시즌4 어느덧 여름4 매듭달 2021.06.08 892 5
111 시즌4 왔다가 갔다가 다시 와야하는 꿈2 에제르 2021.06.09 897 3
110 시즌4 다정한 다름, 눈물이 나요.1 에제르 2021.06.18 817 3
109 시즌4 복실이를 읽고 가슴이 먹먹하네요.ㅠㅠ 이수아 2021.06.22 716 0
108 시즌4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봐요! 🌨1 바켄두잇 2021.06.28 798 1
107 시즌4 황보름 작가의 에세이 <언니들이 있었다&gt... 이수아 2021.06.30 828 0
106 시즌4 코로나 확진자가 천명을 넘었네요 ㅠ2 바켄두잇 2021.07.07 1019 2
105 시즌4 신유진 작가님의 <끝 그리고 시작> 을 ... 이수아 2021.07.20 911 2
104 시즌5 밀린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이수아 2021.11.15 813 2
103 시즌5 ‘토코와 나’의 책2 2021.11.16 832 1
102 시즌5 김복희 시인님과 나의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2 이수아 2021.11.22 1070 2
101 시즌5 낙엽. 눈 감귤김치 2021.11.23 781 1
100 시즌5 송재학 시인님의 부계가 포항이었군요. 제 모... 이수아 2021.11.27 948 1
99 시즌6 첫 번째 에세이 부터 저를 말하는 줄 알고 괜... 이수아 2022.01.04 89 3
98 시즌6 겨울엔 군고구마와 김치를 먹고 뜨개질을 하면...3 이수아 2022.01.05 110 1
97 시즌6 우리는 서로의 큐피드!4 오즈 2022.01.05 504 4
96 시즌6 나의 큐피드는 어디에?(이은정작가님 편지를 ...3 산골아이 2022.01.05 173 2
95 시즌6 마음만은 게을러지지 말자!4 영배알고싶다 2022.01.05 193 3
94 시즌6 내 큐피트는 어디에(?)4 이현미 2022.01.06 164 3
93 시즌6 시즌 6 셸집사님들 안녕하세요! 김민섭 작가입...8 아돌 2022.01.06 172 4
92 시즌6 얼음조각 같았던 차무진 작가님의 글4 이수아 2022.01.06 115 4
91 시즌6 우리는 큐피드를 만나야 한다. :)5 떠나 2022.01.06 117 6
90 시즌6 코로나가 창궐할 줄 알았더라면 캐나다를 다녀...3 이수아 2022.01.07 100 3
89 시즌6 패딩의 계절이 돌아왔네…❄️1 복동 2022.01.09 74 3
88 시즌6 시장 떡볶이, 붕어빵, 찹쌀떡, 어묵, 호떡, 풀...1 이수아 2022.01.10 119 3
87 시즌6 서로의 눈물나는 맛에 대하여 읽고서 적어봐요:)3 떠나 2022.01.10 109 3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