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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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6

Dear. 은정 작가님♡

3번손님2022.02.17 22:46조회 수 786추천 수 2댓글 4

안녕하세요^^ 

예전에 뉴질랜드 어학연수 다녀오고 나서 중국인 친구와 한동안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던게 기억나서 오늘은 편지형식으로 남겨보아요.

펜팔이라고 하나요? 하하. 언제적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네요. 중학생때인지 고등학생때인지 영어공부한다고 외국인과 펜팔 했던 적이 있는데

그게 언제적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네요.

 

제가 사람이 그립고 글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글쓰기 수업을 들은적이 있어요. 에세이를 썼는데 첨삭과 합평을 함께 하는 수업이었어요. 당시의 선생님께서는 아직 필력이 안되니 좋은기억보다는 아픈기억을 쓰라고 하셨고, 그 이유를 저는 지금에서야 알아가고 있네요. 좋은 기억을 잘 못 쓰면 열등감과 상처만 남기는 글이 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한달간 정말 겉도는 글만 쓰다가 속 마음을 꺼내놓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제 글에 환장했다고 하시면서 얼마나 많이 우셨는지 몰라요. 밤 10시가 다되가던 시각에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아 전화까지 주셨더랬죠. 당장에 책을 내자고 하셨어요. 한꼭지 밖에 없는데 어떻게 책을 내냐고 했더니 다른 수강생들의 글을 모아서 책을 내면 된다고 했고 책이 나왔어요. 가나다 순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자음 모음을 엄연히 따지면 제 글이 첫 글이 될수 없는데 첫번째가 되었어요.

 

그 뒤로 선생님이 제게 소설책을 많이 추천해 주시면서 소설을 쓰라고 하셨어요. 평생 겪어야 하는 풍파를 서른전에 다 겪은것이라고 하면서 제 인생이 소설이라고 하셨어요. 쓰는 힘도 있으니 문장공부를 하고 소설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제 손에 강영숙작가님의 책 <라이팅 클럽>을 들려주시면서요. 저는 환갑이 되어가는 선생님께 엄청나게 화를 냈어요. 제가 살아온 삶을 아시면서 어떻게 이걸 같다가 소설을 쓰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소설은 허구인데 있었던 일을 미화시키라는 건지 저는 이해하지 못한 채 분노했어요. 그 뒤로 저는 수강생들에게 미운털이 박힌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저를 많이 예뻐 하셨어요.  수강생들 중 누군가는 글로 데스노트에 저를 죽이고 있다고 썼고, 또 누군가는  너는 좋겠다고 아픔이 많으니 쓸 말이 많아서 좋겠다며 부럽다고 했어요.  징징거리는 글이라고, 현실이 아닌 삶이라고, 정말 이런 삶을 산거냐고, 거짓말 아니냐고 의심과 저울질이 한동안 계속 됐어요. 제가 글로 쓴 저의 삶이 합평에서 난도질을 당했고 저는 그 뒤로 수업에도 안나가게 되었고, 제 이야기를 쓰는게 두려워졌어요.

 

그런데 제가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변화가 생겼어요. 내가 가진 아픔과 결핍을 글로 잘 쓴다면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프고 슬프지만 징징 짜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도 생각했어요. 시와 소설을 잘 쓴다고 에세이를 잘  쓰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에세이도 계속해서 쓰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저는 선생님의 글을 통해 이런 것을 배웠어요. 

 

나의 선생님,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오늘 글도 무척 좋았습니다 : )
 

 

3번 손님, 이수아 드림♥

댓글 4
  • 2022.2.19 13:40

    펜팔이라는 단어를 얼마만에 들어보는지.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요.

    글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오묘한 시기와 경쟁심이 많아요.

    작가든 아니든, 아마 글이라는 게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도구이다보니 그런 듯..

    잘 쓰면 질투, 못 쓰면 비웃음, 잘 써서 인정 받으면 시기와 부러움, 못 썼는데 유명해지면 뒷담화.

    그러니까 잘 쓰든 못 쓰든 구설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아요.

    신경 쓰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사람이다보니 상처를 받죠.

    또 누가 뭐라고 하면 열등감에 휩싸인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고 휘둘리지 마시길.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시기 질투하며 남의 말 할 시간에 책 한 권 더 읽고 글 한 편 더 쓰겠죠.

    저는 빽이 없다면 맷집이 있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맷집 좀 생기셨으니 뻔뻔함과 자신감으로 무장해서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바랄게요.

    겸손은 기본이지만, 뻔뻔함이나 자신감도 작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늘 응원하며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 @이은정
    2022.2.19 14:04

    지금와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수업에서 공모전에 나간다거나, 출간을 위해 원고를 쓴다거나, 등단을 하려던 것도 아니었는데, 수업 분위기가 상당히 전투적이었어요. 일상에서 늘 깨닳음이나 변화를 이루어 낼수도 없는 것인데, 한편의 글에서 무엇인가를 이루어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압박을 스스로 떨쳐내지 못하고 썼었어요. 그러한 분위기에서 저뿐아니라 서로에게 상처를 많이도 주고 받았었어요. 가장 가슴아픈건 다들 전업주부 10년 이상된 사람들이었고, 남편과 사이가 소원할수록 수업에서 인정받으려고 애를 썼던것으로 보였어요. 저 역시도 선생님께서 40년지기 친구에게도 주지 않은 애장품을 25년보관 하셨다는데 제 손에 들려주셨을 때는 평생 선생님 곁에서 글쓰면서 살아도 만족하겠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더랬어요. 에구... 그래도 그때 많이 배웠어요. 하루에 10시간씩 몸받쳐 글 쓰던 때였고 많이 쓰고 많이 버리고 많이 혼나고 많이 울던 때였는데, 선생님께 죄송함만 남네요.ㅜㅜ

     

    겸손과 뻔뻔함과 자신감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까지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글 쓰며 살아가고 싶어요. 그럴수 있도록 저를 자주 되돌아보며 성찰하도록 할게요. 항상 힘이되는 글을 써 주시고 귀감이되는 말씀 감사드려요. 꾸벅꾸벅 😄

  • 2022.2.20 15:58

    사람의 가슴을 두드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라고 한다면

    그대는 이미 제게는 작가십니다^^

  • @산골아이
    2022.2.20 16:53

    아이고, 이게 무슨. 과분한 말씀이세요. 같은곳을 향해 가며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라고 생각한 분에게, 오늘 자신은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척 속이상해있었는데, 산골아이님의 댓글이 저를 살리셨어요. 감사드려요.^^ 산골아이님의 댓글을 원동력 삼아 열심히 글을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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