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6

진부한 이야기2

kimmi2022.02.03 21:43조회 수 928추천 수 3댓글 4

설 연휴, 보지 못했던 에세이를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메일함을 열어 짙은 색으로 된, 읽지 않은 메일을 하나 하나..읽다가 

간식을 주제로 한 박은지 작가님의 이야기에 아빠와의 일이 기억이 나더라고요.

정확히는 도나스를 튀기던 아빠의 기름 냄새 였어요. 

그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인스타그램에 살짝 적기도 하였어요.

 

그런데 오늘 박은지 작가님의 이야기에 '아빠'가 나오더라고요.

순간 흠칫 놀랐어요. 그리고 박은지 작가님의 아빠는 또 다른 저의 아빠를 제게 데려오더라고요.

아마 제 이야기도, 진부한 이야기인 그런 이야기에요.

 

아빠가 아프다. 
나는 평범하게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 

평범하게 불우한 가정은 역시 진부한 설정인가봅니다. 자기소개서에 늘 등장했던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저 역시 평범하고 적당히 불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아빠 역시 최근 들어 몸이 안 좋으세요. 작가님 아버님처럼 수술이 필요하거나 응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한쪽 귀부터 점점 안들리신다고 하더라고요.

 


 ‘미안해’ 이 한마디가 뭐라고 그 긴 시간이 아무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아빠가 크게 변하리라는 기대는 없다. 우리 가족이 갑자기 화목해지고(물론 지금은 순간 화목함) 그럴 것 같진 않다. 아빠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풀지 못한 것들이 많고, 모두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더 이상 마음이 꽁꽁 얼어붙을 일은 없겠지. 

 

저희 아빠도 요즘 미안하다는 말을 정말 자주 하세요. 결혼하고 일을 그만둔 것, 아이를 갖지 않는 것, 욕심이 없는 것....지금의 제 모든 모습이 다 자기 탓인듯, 손수 뒤집어쓰기까지 하시면서요. (사실, 전 괜찮은데 아빠 눈에 만족스럽지 않은 거겠죠..) 

아빠가 '미안해'라고 말하는 순간 만큼은 저도 '괜찮아, 아빠 탓이 아니야. 아빠는 아빠로서 최선을 다했어'라고 답을 해요.  서로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 순간만큼은 굳이 서로 따지고 할 필요가 없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박은지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아주 잠시지만 제 마음도 아주 살짝 녹아내렸던 것 같아요.  그러다 '아차차' 하고 곧잘 현실로 돌아오지만요. 설 연휴 좋은 마음으로 전화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 처럼요. 이 또한 아주 진부한 상황이지요 ㅎㅎ

 

+ 아, 그리고 덧붙여 아버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박은지 작가의 클래식 (by 영배알고싶다) 후각 하나 쯤이야.. 이은정 작가님^^ (by 영배알고싶다)
댓글 4
  • 2022.2.3 22:16

    오늘받은 박은지 시인님의 에세이 이후, 저는 진부하다 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 @그냥하자
    kimmi글쓴이
    2022.2.22 12:12

    저도요. 입에 붙어서 자꾸 쓰게 되더라고요 ㅎㅎ

  • 2022.2.10 09:34

    위로 받고, 힘 받고 갑니다. 감사해요☺️

  • @여름방학
    kimmi글쓴이
    2022.2.22 12:12

    제가 더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386 시즌3 카페에 가고 싶어요..4 archivarin 2020.12.31 594 4
385 시즌6 얼음조각 같았던 차무진 작가님의 글4 이수아 2022.01.06 109 4
384 시즌4 긴긴 미움이 다다른 마음_고수리 작가님4 밀라이모 2021.05.18 803 7
383 시즌1 이은정 작가의 '내인생은 정심시간'4 분홍립스틱 2020.05.18 586 5
382 시즌1 어쩔 수 없었던 고양이4 시안 2020.03.11 198 5
381 시즌6 이별을 이별답게, 이은정작가님.❤4 영배알고싶다 2022.02.27 745 2
380 시즌6 손 시린 날은 호호 바람 불어 줘야겠다.4 이현미 2022.02.14 739 2
379 시즌1 엄마의 방에 갇혔어요.4 화니 2020.04.07 248 6
378 시즌6 전혀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박은지 작가님4 영배알고싶다 2022.02.05 781 1
377 시즌1 메일 안오신 분들 스팸함 한번 확인해보세요.4 봉봉쓰:) 2020.04.22 696 4
376 시즌4 김해뜻 작가님의 '여자들의 언젠가, 취업...4 이수아 2021.05.10 801 6
375 시즌6 박은지 작가의 클래식4 영배알고싶다 2022.01.30 692 2
시즌6 진부한 이야기24 kimmi 2022.02.03 928 3
373 시즌6 후각 하나 쯤이야.. 이은정 작가님^^4 영배알고싶다 2022.02.17 713 2
372 시즌6 Dear. 은정 작가님♡4 3번손님 2022.02.17 786 2
371 시즌1 나만 고양이 없어? ^^;4 라라 2020.03.12 287 8
370 시즌6 작가님만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4 오즈 2022.02.18 870 2
369 시즌1 안녕하세요. 어디에 문의드릴지 몰라서 여기에...4 정다빈 2020.03.11 168 2
368 시즌6 빨리 '땡' 해 주세요. 저도 사랑할...4 그냥하자 2022.02.03 981 3
367 시즌1 셸리,주말은 심심해요.4 감람 2020.03.29 192 9
366 시즌6 하데스... 성범죄자 아닌가요..4 이현미 2022.01.27 678 2
365 시즌3 눈이 내려요4 시안 2020.12.29 647 3
364 시즌6 공손한 위로, 셸리 🙏4 영배알고싶다 2022.01.11 107 2
363 시즌6 땡처리 전문가, 이은정 작가님!!4 영배알고싶다 2022.02.04 1016 3
362 시즌6 우리는 서로의 큐피드!4 오즈 2022.01.05 498 4
361 시즌4 어느덧 여름4 매듭달 2021.06.08 886 5
360 시즌6 땡땡땡 서로가 서로에게 땡이 되주기를 소망하며4 오즈 2022.02.04 998 3
359 시즌6 나만 알던 내 취미는..4 이현미 2022.01.21 270 2
358 시즌6 마음만은 게을러지지 말자!4 영배알고싶다 2022.01.05 184 3
357 시즌1 하나 있는 마이리뷰4 아람 2020.03.17 315 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14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