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보지 못했던 에세이를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메일함을 열어 짙은 색으로 된, 읽지 않은 메일을 하나 하나..읽다가
간식을 주제로 한 박은지 작가님의 이야기에 아빠와의 일이 기억이 나더라고요.
정확히는 도나스를 튀기던 아빠의 기름 냄새 였어요.
그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인스타그램에 살짝 적기도 하였어요.
그런데 오늘 박은지 작가님의 이야기에 '아빠'가 나오더라고요.
순간 흠칫 놀랐어요. 그리고 박은지 작가님의 아빠는 또 다른 저의 아빠를 제게 데려오더라고요.
아마 제 이야기도, 진부한 이야기인 그런 이야기에요.
아빠가 아프다.
나는 평범하게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
평범하게 불우한 가정은 역시 진부한 설정인가봅니다. 자기소개서에 늘 등장했던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저 역시 평범하고 적당히 불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아빠 역시 최근 들어 몸이 안 좋으세요. 작가님 아버님처럼 수술이 필요하거나 응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한쪽 귀부터 점점 안들리신다고 하더라고요.
‘미안해’ 이 한마디가 뭐라고 그 긴 시간이 아무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아빠가 크게 변하리라는 기대는 없다. 우리 가족이 갑자기 화목해지고(물론 지금은 순간 화목함) 그럴 것 같진 않다. 아빠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풀지 못한 것들이 많고, 모두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더 이상 마음이 꽁꽁 얼어붙을 일은 없겠지.
저희 아빠도 요즘 미안하다는 말을 정말 자주 하세요. 결혼하고 일을 그만둔 것, 아이를 갖지 않는 것, 욕심이 없는 것....지금의 제 모든 모습이 다 자기 탓인듯, 손수 뒤집어쓰기까지 하시면서요. (사실, 전 괜찮은데 아빠 눈에 만족스럽지 않은 거겠죠..)
아빠가 '미안해'라고 말하는 순간 만큼은 저도 '괜찮아, 아빠 탓이 아니야. 아빠는 아빠로서 최선을 다했어'라고 답을 해요. 서로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 순간만큼은 굳이 서로 따지고 할 필요가 없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박은지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아주 잠시지만 제 마음도 아주 살짝 녹아내렸던 것 같아요. 그러다 '아차차' 하고 곧잘 현실로 돌아오지만요. 설 연휴 좋은 마음으로 전화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 처럼요. 이 또한 아주 진부한 상황이지요 ㅎㅎ
+ 아, 그리고 덧붙여 아버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오늘받은 박은지 시인님의 에세이 이후, 저는 진부하다 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저도요. 입에 붙어서 자꾸 쓰게 되더라고요 ㅎㅎ
위로 받고, 힘 받고 갑니다. 감사해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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