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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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6

<연구실의 공모자들> #고스트라이터 - 김민섭 작가님 소설이에요.^^

그냥하자2022.01.27 04:44조회 수 617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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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들의 글을 읽을수록 넘어설 수 없는 벽 같은 것을 느껴요. 그 벽의 높이가 나무처럼 자라날수록 드는 생각과 하고 싶은 말을 아끼게 되네요. 이번 서포터즈 활동은 시작부터 열심히 하는 걸 목표로 두었기 때문에 이렇게 또 주절거리고 있네요.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도 아닌데 부끄럽네요. 많이요. 내가 뭐라고 작가님들의 글을 앞에 두고 주절거리고 있나, 싶은 생각 때문에요.

 

책을 많이 사는 편이라서 가능하면 중고로 사고 없는 건 새 책을 사고 있어요. 어제 알라딘 중고 매장에 가서 책 몇 권을 사 왔어요. 그중 김민섭 작가님께서 쓰신 소설이 있어요. 김민섭 작가님께서 소설을 가르쳤다는 걸 작가님의 책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소설을 쓰고 계신 건 몰랐어요. 북크루에서 출간한 책 《초밥 챌린지》에도 김민섭 작가님의 소설이 들어 있는데 북크루 대표로 단편적으로 쓰신 건 줄 알았어요. 여러 작가님의 글이 모여 있는 책을 읽을 땐 되도록 작가명을 보지 않고 글부터 읽고 좋은 글은 체크 해 두었다가 작가명을 확인하는데요. 별다른 이유는 없고 언제인가부터 이런 습관이 생겼어요. 요즘은 작가가 아니어도 여럿이서 책을 많이 내는 세상이다 보니 어떠한 편견 없이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이런 습관을 만든 것 같기도 해요. 김민섭 작가님께서 소설을 쓰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모르는 다른 소설가인 줄 알았어요. 김민섭 작가님의 책을 여러 권 읽은 후라 조금은 문체에 익숙해져 있는데, 글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김민섭 작가님인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지.방.시》와 《대리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몇 개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확신에 가까워졌어요. 작가님께 여쭤보니까 맞다고 하셔서 다시 소설을 꼼꼼히 읽었어요.

 

김민섭 작가님의 소설도 좋네요. 읽기가 너무너무 편했어요. 제가 너무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편한 문장을 쓰시는 작가님이 또 계신지 팍 떠오르질 않네요. 《지.방.시》와 《대리사회》의 내용과 소설이 교차 되면서 눈물이 좀 났어요. 책 읽고 글 쓰다 보니까 성욕은 줄고 눈물만 많아진 것 같아요. 소설을 쓸 때 저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쓰는데, 《지.방.시》와 《대리사회》는 픽션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울컥했나 봐요.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감동이 잔잔하게 스며들었어요. 다 읽고 난 후엔 온통 작가님만의 색깔로 제가 물들었네요. 좋은 말만 하는 거 아니에요. 느낀 그대로를 전하고 있어요. 무식이 용감한 거 알고 계시지요? 제가 좀 그런 사람이어서 겁도 없이 말도 잘할 때가 왕왕 있어요. ㅠㅠ

 

공유하고 싶은 부분을 발췌할게요.^^

 

 

 

<연구실의 공모자들> #고스트라이터 - 김민섭 소설

 

“너, 안 갔어?”

“응, 안 갔다.”

 

왜 가지 않았느냐고 묻는 나에게 그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사실 오늘 가려고 했어. 혼자서. 그런데 지도교수가 간다는 말을 들으니까, 그 사람하고 같은 거리에 있기가 싫더라. 같이 촛불을 들기가 싫었어. 아니 지가 대통령이랑 똑같으면서 무슨 대통령을 욕하러 나가. (p. 69)

 

“K야, 우리가 식민지 시기를 공부하고 있잖아. 그런데 우리 일상이 식민지다. 이게 뭐냐.”

 

나는 그가 들어간 후에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연구실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졌다. 대통령은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고 최순실은 처벌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촛불을 밝힌다고 해서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다. 연구동 앞은 어쩌면 국립공원이 아니라 식민지와 제국의 어느 경계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정말로 식민지에 살고 있다면, A와 나는 몇 등 국민일까. 식민지에 존재한다는 건 타인의 인생을 대신 쓰는 데 동원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모두는 끊임없이 소진되어 간다. (p. 70)

 

언젠가 모 선배가 교수의 논문 여러 편을 대필해왔다고 밝히고 학교를 그만둔 일이 있다. 그는 메인 스트림에 있는 본교 출신의 남성이었다. 이른바 오른팔이자 후계자. 누구라도 그가 지도교수 퇴임 이후 그 자리에 들어갈 것으로 믿었다. 그가 대필을 해온 사실을 모르는 대학원생은 없었다. 교수들도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그 사실을 고백했을 때, 그를 동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는 이미 공모자였기 때문이다. 지도교수의 글을 대필할 만한 권력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지도교수 곁에 있었고 그 자리를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았다. 그는 교수 산악회의 등산일에 막걸리를 지고 산을 오르기도 했고, 지도교수의 차를 세차하고 운전하는 일도 했다. 그를 찾아가서 강의나 프로젝트의 배정을 부탁하는 선배들도 많았다.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선택되었으면서 동시에 그러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지도교수의 논문뿐 아니라 삶과 권위를 대필해나가는 사람이었다. (p. 71)

 

오늘 내가 쓰는 존재는 누구인가, 어쩌면 우리는 누구의 인생을 대신 써가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쓴다고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단순히 글이 아니더라도, 어느 역할을 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가 그럴 것이다. (p.73)

 

 

공모자의 결말이 어떤지 알면서도 공모자가 되기 위해 기회를 살피는 사람들.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이겠지요. 대학원과 연구실이 어떤 곳인지, 분위기는 어떤지 전혀 아는 바가 없어요. <연구실의 공모자들>을 읽으면서 다는 아니지만 대학원과 연구실에 대해서 알것같아요. 알아가는 기쁨을 주셔  감사해요.^^ 작가님께서 소설 쓰신 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든든해요. 소설집을 내시게 되면 작가님의 소설집을 사러 서점으로 달려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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