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6

김진규 시인님의 등단작 <대화> 함께 읽어요.^^

그냥하자2022.01.26 15:03조회 수 672추천 수 2댓글 6

 

 

 

대 화

 

                                                                          김진규

 

 

메마른 나무옹이에 새 한 마리가 구겨져있다

다물어지지 않는 부리 위를 기어 다니는 어두운 벌레들

작은 구멍에 다 들어가지 않는 꺾인 날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의 그림자를 쓰다듬고 있다

누군가가 억지로 밀어 넣은 새의 몸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나도 분명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어울리지 않았던 것들의 속을 채워보기 위해

아귀가 맞지 않는 열쇠를 한 번 밀어 넣어 보듯이

혼자 날아가지도 못할 말들을 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둥근 머리통을 한참 보다가 눈이 마주친다

이쪽의 눈과 저쪽에 있는 새의 눈이 마주치자,

여태껏 맞아본 적 없는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머리통이 간지러워져서,

나도 어딘가 머리를 드밀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방에서 방으로 옮겨갈 때의 걸음을 생각해보니

나는 언제나 이곳과 저곳의 국경을 넘는 사람인 거 같아

누워있는 사람의 말을 대신 전할 때

구겨진 새의 몸을 손으로 감싸서 누구한테 내밀 듯

나도 어떤 말인지 모를 말들을 했던 것 같아

새의 부리가 날보고 웅얼거리는 것 같아서

내 귀가 어쩌면, 파닥거리다가 날아갈 것 같아서

나무옹이를 나뭇가지로 쑤신다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라고

삼키지 못할 것들을 밀어 넣듯이 밀어 넣는다

 
 
 
 
 
아~ 너무 좋아요. ㅠ.ㅠ 
댓글 6
  • 2022.1.26 16:15

    저의 뻔뻔한 등단작 홍보가 저의 등단작을 여기까지 불러들였네요ㅎㅎ 감사합니다

  • @고노와다
    2022.1.26 16:20

    조금전에《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중 시인님이 쓰신 글 '아파트' 읽었어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좋아요. 꾸욱❤

  • @그냥하자
    2022.1.26 16:32

    나름 묘한 기운이 도는 글을 쓰고 싶어서 썼던 글인데,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물론 철저하게 픽션입니다!

  • @고노와다
    2022.1.26 18:00

    시인님 셸집사님들과 소통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

  • 2022.1.27 00:23

    우와~~김진규작가님이 숙취에 계단에 기대어 실제 본 장면을 토대로 순식간에 써내려간 그 등단작!! 너무 좋아서 추천 누르고 갑니다!!

  • @영배알고싶다
    2022.1.27 00:44

    시가 시인님에게로 온 순간이 만들어낸 작품이네요. 너무 좋은 시에요.^^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416 시즌6 김진규 시인님 오늘 글 너무 좋았습니다.^^3 그냥하자 2022.01.26 1444 2
415 시즌6 내 속 어딘가의 얼음, 김진규작가님!2 영배알고싶다 2022.02.03 1093 2
414 시즌7 저의 설레임을 증폭시킨 작가님들의 문장 함께... 3번손님 2022.03.05 1092 0
413 시즌5 김복희 시인님과 나의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2 이수아 2021.11.22 1045 2
412 시즌6 땡처리 전문가, 이은정 작가님!!4 영배알고싶다 2022.02.04 1016 3
411 시즌4 코로나 확진자가 천명을 넘었네요 ㅠ2 바켄두잇 2021.07.07 1015 2
410 시즌7 명로진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 궁금해요^^2 3번손님 2022.03.03 1002 1
409 시즌6 땡땡땡 서로가 서로에게 땡이 되주기를 소망하며4 오즈 2022.02.04 998 3
408 시즌7 명료진 작가님께서는 도서관에서도 로맨스가 ...3 3번손님 2022.03.18 984 1
407 시즌6 빨리 '땡' 해 주세요. 저도 사랑할...4 그냥하자 2022.02.03 981 3
406 시즌4 내가 가장 예쁠 때는 '오늘' 이라는...3 이수아 2021.05.14 978 6
405 시즌7 마녀 체력 님 글 잘 읽었습니다1 인디라이터 2022.03.03 976 2
404 시즌7 김정주 작가님을 읽고-) 왔지만 아직 오지 않... 3번손님 2022.03.04 959 0
403 시즌7 도서관에는 정말 낭만이 있습니다. 한 점 의심... 3번손님 2022.03.16 953 0
402 시즌4 아침엔 그렇게 비가 오더니, 지금은 언제 비왔...7 바켄두잇 2021.05.07 939 5
401 시즌5 송재학 시인님의 부계가 포항이었군요. 제 모... 이수아 2021.11.27 931 1
400 시즌6 땡! 땡! 땡!7 이현미 2022.02.03 930 4
399 시즌6 진부한 이야기24 kimmi 2022.02.03 928 3
398 시즌6 애정이 있어야 이별이라 부를 수 있다2 오즈 2022.02.24 920 3
397 시즌6 지난 한 주간의 글들1 떠나 2022.01.31 919 1
396 시즌4 신유진 작가님의 <끝 그리고 시작> 을 ... 이수아 2021.07.20 909 2
395 시즌4 왔다가 갔다가 다시 와야하는 꿈2 에제르 2021.06.09 891 3
394 시즌4 어느덧 여름4 매듭달 2021.06.08 886 5
393 시즌6 작가님만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4 오즈 2022.02.18 870 2
392 시즌6 To.이은정작가님2 산골아이 2022.02.03 869 2
391 시즌6 욕해도 되나요? 바렌보임 xxx.1 이현미 2022.02.07 868 1
390 시즌6 자꾸만 노려보게 되네요.1 kimmi 2022.02.07 862 3
389 시즌6 하데스 덕 본 일인이요!2 오즈 2022.01.25 855 3
388 시즌4 미움을 써내려간 용기들 감사합니다2 behappy 2021.05.20 851 3
387 시즌6 김민섭 작가님의 책 <경계인의 시선> 읽... 그냥하자 2022.01.27 850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14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