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6

김진규 시인님의 등단작 <대화> 함께 읽어요.^^

그냥하자2022.01.26 15:03조회 수 678추천 수 2댓글 6

 

 

 

대 화

 

                                                                          김진규

 

 

메마른 나무옹이에 새 한 마리가 구겨져있다

다물어지지 않는 부리 위를 기어 다니는 어두운 벌레들

작은 구멍에 다 들어가지 않는 꺾인 날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의 그림자를 쓰다듬고 있다

누군가가 억지로 밀어 넣은 새의 몸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나도 분명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어울리지 않았던 것들의 속을 채워보기 위해

아귀가 맞지 않는 열쇠를 한 번 밀어 넣어 보듯이

혼자 날아가지도 못할 말들을 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둥근 머리통을 한참 보다가 눈이 마주친다

이쪽의 눈과 저쪽에 있는 새의 눈이 마주치자,

여태껏 맞아본 적 없는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머리통이 간지러워져서,

나도 어딘가 머리를 드밀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방에서 방으로 옮겨갈 때의 걸음을 생각해보니

나는 언제나 이곳과 저곳의 국경을 넘는 사람인 거 같아

누워있는 사람의 말을 대신 전할 때

구겨진 새의 몸을 손으로 감싸서 누구한테 내밀 듯

나도 어떤 말인지 모를 말들을 했던 것 같아

새의 부리가 날보고 웅얼거리는 것 같아서

내 귀가 어쩌면, 파닥거리다가 날아갈 것 같아서

나무옹이를 나뭇가지로 쑤신다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라고

삼키지 못할 것들을 밀어 넣듯이 밀어 넣는다

 
 
 
 
 
아~ 너무 좋아요. ㅠ.ㅠ 
댓글 6
  • 2022.1.26 16:15

    저의 뻔뻔한 등단작 홍보가 저의 등단작을 여기까지 불러들였네요ㅎㅎ 감사합니다

  • @고노와다
    2022.1.26 16:20

    조금전에《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중 시인님이 쓰신 글 '아파트' 읽었어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좋아요. 꾸욱❤

  • @그냥하자
    2022.1.26 16:32

    나름 묘한 기운이 도는 글을 쓰고 싶어서 썼던 글인데,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물론 철저하게 픽션입니다!

  • @고노와다
    2022.1.26 18:00

    시인님 셸집사님들과 소통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

  • 2022.1.27 00:23

    우와~~김진규작가님이 숙취에 계단에 기대어 실제 본 장면을 토대로 순식간에 써내려간 그 등단작!! 너무 좋아서 추천 누르고 갑니다!!

  • @영배알고싶다
    2022.1.27 00:44

    시가 시인님에게로 온 순간이 만들어낸 작품이네요. 너무 좋은 시에요.^^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689 5
386 시즌1 다시 올립니다2 jjg 2020.03.09 126 0
385 시즌1 책기둥, 르누아르, 브라우니 감람 2020.04.26 126 4
384 시즌1 요일별 웹툰을 기다리는 설렘처럼 감기목살 2020.03.20 127 4
383 시즌1 화요일 메일이 안와요..2 샛노랑 2020.03.10 128 0
382 시즌1 명불허전? 역시!는 역시!1 dorothy 2020.05.09 128 2
381 시즌1 알고보니 먹어보고 싶던 음식 시안 2020.04.14 129 4
380 시즌1 6시6분1 시안 2020.03.25 131 3
379 시즌1 오늘 글 좋네요 Skye 2020.04.14 132 2
378 시즌2 삼각김밥1 오늘 2020.07.15 133 2
377 시즌1 장군이와 고양이3 해산강 2020.03.17 133 6
376 시즌1 요즘 행복하네요.1 화니 2020.03.24 134 4
375 시즌1 감성도 무한리필...... 화니 2020.03.23 134 6
374 시즌8 구옥정 작가님 :)2 오홍나옹 2022.06.16 135 2
373 시즌1 절교한 닭뿟뿡꺅1 시안 2020.04.17 136 3
372 시즌1 3월 8일 전 구독신청을 했는데 《에세이》가 ... Shelley 2020.03.09 137 1
371 시즌1 그때 그 고양이를 구했더라면...1 먼지 2020.03.10 138 4
370 시즌1 오다 안 오니 넘 허전하네요..2 말다 2020.03.30 139 4
369 시즌6 안녕하세요 시즌 6과 함께 나타난 김진규입니다.5 고노와다 2022.01.11 139 6
368 시즌1 3편의 편지를 받고 호호 2020.03.11 140 4
367 시즌1 입금확인부탁드립니다.1 정인한 2020.03.08 140 0
366 시즌2 아주 오래된 소년1 보리차 2020.08.11 143 2
365 시즌1 캬 너무 재밌네요 ^ ^ 오은 작가님!1 감기목살 2020.03.22 143 5
364 시즌1 셀리의 저녁 메일이 반갑네요.1 화니 2020.03.30 144 6
363 시즌1 헉!2 해와 2020.03.23 144 5
362 시즌1 이은정 작가의 '비오는 날의 루틴'... 분홍립스틱 2020.04.22 145 7
361 시즌1 메일링 신청시 문제점2 라라 2020.05.01 145 0
360 시즌1 친할머니는 사기꾼이야!1 감람 2020.03.23 146 5
359 시즌1 픽션과 논픽션1 아람 2020.03.23 147 3
358 시즌1 그때 그 고양이를 구했더라면1 화니 2020.03.10 147 3
357 시즌1 책장 위 고양이 잘 읽고 있습니다1 platy 2020.03.14 148 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14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