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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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6

김진규 작가님의 에세이 <공손한 위로>에서 좋았던 부분 발췌해 보았어요.

이수아2022.01.11 12:47조회 수 100추천 수 3댓글 2

 나는 어디 가서 하소연하는 성격이 못 되는 편이다. 어떤 일들이 나의 오늘을 힘들게 했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 괜히 내 허물을 스스로 들추는 것 같다. 아무리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곤 하지만, 굳이 내 종이를 누군가에게 같이 들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게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나의 우울은 온전히 나의 몫, 내가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믿고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6구짜리 오뎅통 안에서 새빨간 게가 큼직한 섬과 같은 무 덩어리를 타고 가만히 국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아주 편안한 표정처럼 느껴졌다. 큰 멸치들이 망에 담겨 뒤척이고 있었다. 푹 익은 고추들 사이에는 화살처럼 오뎅꼬치가 잔뜩 꽂혀 있었다. 나는 마지막 활시위를 당기는 비장한 궁수라도 된 것처럼 하나를 뽑아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따뜻했다, 그리고 명중이었다. 뭉텅뭉텅 조각난 오뎅들이 뱃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몸엔 차가운 기운이 사라지며 온기가 돌았다. 주인아주머니가 국자를 들어 종이컵에 국물을 담아 나에게 건넸다.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드는 온기가 역시나 따뜻했다.

 

몇 개의 오뎅을 더 먹고 계산을 했다. 조심히 가요, 말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오뎅 몇 개를 포장해달라고 주문했다. 따뜻한 오뎅국물과 오뎅이 검은 봉지에 담겼다. 나는 그것을 공손히 받아들고 집으로 걸었다. 

 

김진규 작가 에세이 <공손한 위로> 中

 

 

셸집사님들께는 에세이의 어느 부분이 와 닿았으려나요?

궁금해지네요.  일단 뜨끈한 오뎅국물이 너무 먹고싶어요. 약간 칼칼했으면 좋겠어요.ㅋㅋ

화요일이 되었네요. 오늘은 밖에 눈이 왔더라고요. 길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by 엄마오리) 아! (by 해와)
댓글 2
  • 2022.1.11 16:13

    저는 수아님이 발췌하신 첫 번째 문단이요! 너~무 제 이야기 같아요ㅎㅎ 요즘은 힘든 순간을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힘든 마음을 마주하고 표현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수아님은 어느 부분이 와닿으셨나요?

  • @떠나
    2022.1.12 12:42

    저도 그래요. 어느순간 힘든 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변해있더라고요. 이렇게 살다보니 힘든게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주위에서 자신의 힘든일을 털어놓는 상대가 되어있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힘든일을 들어주는것도 힘이드네요. 여유가없어졌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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