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6

시장 떡볶이, 붕어빵, 찹쌀떡, 어묵, 호떡, 풀빵, 군고구마

이수아2022.01.10 13:42조회 수 119추천 수 3댓글 1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첫 겨울이었어요. 첫째가 다니는 학원 상가 앞에 붕어빵을 파는 노부부가 계셨어요. 그런데 그다음 해부터 안 보이시더라고요. 그러다 올해 학원 반대편 상가에 붕어빵 가게가 생겼어요. 그때 계셨던 노부부는 아니었어요. 지나갈 때 보니 학교가 끝날 시간 때라 그런지 붕어빵 가게 안에는 제 첫째만 한 아이들 손님이 많았어요. 어느 날에는 가게 앞 길가에 옹기종기 서서 먹는데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그날은 저도 아이 둘을 데리고 붕어빵 가게로 들어갔어요.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컸고 와플 집처럼 깨끗하진 않지만 두세 명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더라고요. 붕어빵은 팥과 슈크림 두 가지가 있고 3개에 2천 원이었어요. 호떡과 어묵도 있었어요. 어묵 국물로 찬 몸을 녹이며 붕어빵이 익기를 기다렸어요

 

세상이 바뀌면서 붕어빵도 이제는 상가 안 가게에서 먹을 수 있게 되었네요. 길 가다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붕어빵 냄새에 이끌려 칼바람 맞아가며 호호 불어먹었던 노점은 이제 정말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나 봐요. 유튜브에 보니까 다른 지역에는 제가 기억하고 있는 붕어빵 노점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붕어빵도 진화해서 피자 붕어빵이나 고구마 붕어빵 등 다양한 맛도 있고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슈퍼에서는 찹쌀떡을 팔았어요. 투명비닐에 한 개씩 포장되어 있었는데 한 개에 3백 원이었나 5백 원이었나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그때는 떡이라고 하면 백설기나 팥시루떡 이외 다른 떡은 구경을 못 해봐서 할머니가 찹쌀떡을 한 개씩 사다 놓으면 주방 가위로 반 잘라서 언니랑 나눠 먹었어요. 반쪽짜리 찹쌀떡을 아껴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철 간식은 풀빵이에요. 예전 살던 동네에는 2주에 한 번 아파트에 주기적으로 장터가 열렸는데 사계절 내내 풀빵을 팔았거든요. 풀빵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봉다리에서 한 개씩 빼서 먹기 참 좋아요. 언제 칭얼댈지 몰라 손에 뭘 들고 있으면 신경 쓰이는데 풀빵은 크기가 작아서 아이가 칭얼거려도 입에 쏙 넣으면 되었거든요. 3천 원에 15개였는데 그 동네에도 코로나 이후 장터는 안 열리는 것 같더라고요. 4년 동안 풀빵은 먹어본 기억이 없네요. 서울은 길거리 음식이 제가 사는 곳보다 많을 것 같아요. 2월 말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에 갈 일이 생겼는데 가는 길에 시장 떡볶이, 붕어빵, 찹쌀떡, 어묵, 호떡, 풀빵, 군고구마를 만나고 싶어요.

 

오늘 속이 안 좋아서 저는 못 먹겠지만 아이들에게 붕어빵을 사줘야겠네요. 911살 두 아이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하루 세 끼를 먹고도 간식을 두 번이나 찾아대는 통에 다 해먹이기가 버거워요. 오늘은 붕어빵으로 간식을 대신해야겠어요. 추억의 음식이 맛있었던 이유는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단돈 천 원으로 빠르게 허기를 채울 수 있거나, 함께 먹었던 사람과의 좋은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마지막으로 사 먹었던 기억이 5년 전인 것 같은데, 그때도 군고구마는 비쌌던 것 같아요. 이제는 호떡도 한 개에 천 원이고, 어묵도 한 꼬치에 700원 하네요. 아이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한 개로는 양이 안 차는데 주머니에 돈이 좀 있어야 먹을 수 있겠어요. 애호박이 비싸서 쥬키니 호박을 사다가 며칠 전 마트 가보니까 쥬키니 호박도 가격이 훅 올라서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물가가 얼마나 오르는지 살림하기가 팍팍해져서 봄부터는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쌈 채소 정도는 키워야겠어요.

 

추억의 음식이 담긴 글 그리고 쉽지 않은 작가님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은정 작가님 글 감사히 잘 읽었어요. 아이들 학원에 데려다줄 채비를 할 시간이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 1
  • 2022.1.11 17:37

    예전에 학원 강사 일을 할 적에 풀빵을 몇 번 사 먹었습니다.

    딱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말씀하신 것처럼 입에 쏙 넣을 수 있어서 쉬는 시간 허기를 채우기 좋았거든요.

    또 이렇게 추억 하나가 새록새록 나오네요.

    음식이라는 것이 참 얄궂은 것 같습니다. 배부를 때는 좋지만 못 먹으면 한 맺히고..

    서울 가실 때마다 든든한 간식 거리가 딱 눈 앞에 나타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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