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5

밀린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이수아2021.11.15 02:59조회 수 813추천 수 2댓글 0

지난주에는 이메함을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외할머니의 3일장을 치르고 다음날 남편의 생일상을 차리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슬퍼해야할지 기뻐해야할지 모르는 날이 지나고나니 저를 이루고 있는 신경회로와 세포가 없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제 삶에 모든것이 감사할것 투성이더라고요.

 

오늘 메일함에 쌓여있던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활자거부감이 있던 저는 학창시절 늘 꼴지였어요. 

2019년도에 처음으로 두달에 걸쳐 책 한권을 완독하면서 매일 울었습니다.

읽는게 너무 힘들어서요.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제 나이 서른다섯이었어요. 그러나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공허함을 채울 수만 있다면 부끄러움 같은건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읽는 사람이 되었고 공허함을 독서로 채웠어요. 그러고나니 외로움이 찾아오더라고요.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글쓰는게 힘들어서 매일 웁니다.

2년간 1년에 적어도 5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습니다.

지금은 읽는게 쉬워졌어요. 울면서 글쓰던 컴퓨터 앞에서 시인님들의 에세이를 술술 읽고나니 이게 또 감사하더라고요.

어떤 마음으로 쓰셨을지. 적어도 읽는 저보다는 힘드셨을것 같아요.

 

시인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게 처음으로 글쓰기를 가르쳐 주셨던 분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네요.

그분도 시인이고 산문집도 내셨기 때문인것 같아요.

스승이라 믿고 따랐는데 그 분은 저에게 스승이 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끊어졌어요.

 

좋았던 기억이 많아서 다행이에요.

외할머니께서 이승을 돌아 저승으로 가실 때 돈주머니와 옷가지를 다 내놓으셨어요.

마지막엔 좋았던 일만 이야기 하셨거든요.

노환으로 숨통이 끊어지는 외할머니를 보면서 저는 좋았던 추억을 오래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다행이죠. 한때는 스승이라 생각했던 분과 좋은 추억이 많으니까요.

 

김소연시인님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저도 필명으로 문집 두권을 낸 적이 있어요.  isbn이 찍히지 않은 책이에요.

어디에서도 구하지 못하는 책이죠. 제 첫째 아들 장래희망이 작가에요.

제 아이가 장성하면 이 책을 누가 썼는지 이야기 하지 않고 선물하면 어떨까?

엄마가 쓴 글이라는 걸 알아볼까? 이런 상상을 하다보니 웃음이 났습니다.

행복한 상상이었어요. 덕분에 실현 가능한 행복한 상상을 선물 받았습니다.

 

저에게도 다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다.

김선오 시인님처럼 책이 없거나 외국어로 되었기 때문은 아니에요.

한때 스승이라 믿고 따르던 분의 시집과 산문집인데......

한 사람의 삶이 담긴 시와 산문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서 다 읽지 못했던 책이에요.

지금은 이질감이 들어 읽기 싫은 책이고요.

 

저는 글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한번씩은 글에게 섭섭해요.

글을 쓰는일은 너무나도 어렵고 누군가에게는 읽는 일도 어렵잖아요.

꾸역꾸역 쓰고 읽었는데 대부분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섭섭해요.

그럼에도 글이 매력적인 이유는 어떤 문장은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어서에요.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문득 누군가가 쓴 문장이 떠오른 건 제 무의식 속에 머물러 있어서였겠죠?

저도 모르게 내면을 파고드는 글. 오래 기억될 글. 그게 시인님들의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시인님들의 시집을 한 권씩 샀습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어요. 

밤에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어쩌다 보니 밤에 글을 썼네요.

감상에 젖어 별 말을 다 주절거린것 같아요. 

2주간 시인님들의 에세이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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