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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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4

황보름 작가의 에세이 <언니들이 있었다> 를 읽고 : )

이수아2021.06.30 19:07조회 수 825댓글 0

황보름 작가는 에세이 <언니들이 있었다>에서 책에서 만난 멋진 남성을 ‘오빠 리스트’에 넣었고, 멋진 여성을 ‘언니 리스트’에 넣었어요.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자신만의 목록을 만든 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황보름 작가가 멋져 보여요. 황보름 작가의 사고를 제게 대입해 본다면 황보름 작가는 분명 제게 멋진 여성이고 ‘언니 리스트’에 들어가 있을 거에요.

<언니들이 있었다>를 읽으며 아는 작가가 나올 땐 잊고 지냈던 작가의 말과 영상 속 장면이 새록 떠올라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어요. 제게 ‘언니, 오빠’ 란 단 한번이라도 만나본 적 있는 실존 인물에만 국한 되어 있었어요. 이게 편견인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에세이 한 편으로 편견임을 알게 되었고 그 편견을 부수는 계기가 되었어요.
 
사람이 갖고 있는 신념과 이념. 그리고 신념과 이념으로부터 출발하는 언행들은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잖아요. 바꾸려고 안간힘을 써도 스스로를 바꾸기가 얼
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런데 이건 무슨 일일까요? 글과 책에는 무슨 마술이라도 들어 있는 것일까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성장을 하고 있음이 느껴져요. 제 삶과 맞닿은 글을 만나는 지점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듯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고, 스펀지가 물을 빨아 당기듯 제게로 흡수된 깨달음은 제 자신을 바꾸어 놓죠.

엊그제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수아씨는 상처받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같은 일 앞에서 누군가는 상처받지만 누군가는 상처 안 받거든요. 그런걸 보면 상처받는 걸 본인이 선택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수아씨가 상처받은 이유는 상처받은걸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상처를 내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말이 하루 종일 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어떤 누구도 자신에게 상처 입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에요. 같은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상처받고 누군가는 상처받지 않는 경우 사실 많아요. 저도 그런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단단하지 못할까? 왜 이렇게 내공이 없을까?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어요. 우리는 다 같은 삶을 살아오지 않았잖아요. 어떤 지점이 내 마음을 훅 치고 들어와 찢어놓을지 알 수 없고요. 그럼에도 같은 일 앞에서 상처받는 사람은 상처받지 않는 사람보다 내적으로 단단하지 못 한건 사실이에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만 하죠.
 
‘아아. 나 저 사람 말 때문에 속상해. 하지만 이따위 일로 상처받지 않을 거야.’ 라고 아무리 마음속으로 외친다 한들 말처럼 상처받지 않게 될까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날 후비고 들어온 그 말에 픽 하고 나동그라진 마음은요?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제게로 왔어요.
같은 일 앞에서 상처받지 않으려면 상대의 말에 상대의 행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해요.
 
그러려면 내공이 필요하고요. 내공이란? 오랜 기간 경험을 통해 쌓은 능력. 다져진 힘과 기운을 뜻하죠. 내 마음에 내공을 기르려면 내면을 단단하게 해야 해요.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저마다 다 다를 수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있을거에요. 그걸 찾아야 하는 게 단단한 내면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놓여 진 숙제에요.
 
제가 찾은 저만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에요. 지금처럼 황보름작가의 글을 읽고 제가 능동적으로 글을 쓰고 나면 작지만 단단한 씨앗 하나를 내면에 심은 듯 한 경험을 해요. 글을 써 내려가면서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줄을 맞추고, 타인의 언행으로 찾아온 혼란이 중심을 잡게 된답니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큰 힘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망고스틴 이라는 과일 알고 계신가요? 겉껍질은 단단한데 과육은 입안에서 스르륵 녹아내릴 만큼 부드럽죠. 제 내면이 망고스틴의 속살 그대로였던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래서 쉽게 상처 나고 멍들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제가 찾은 저만의 방법으로 과육의 겉껍질처럼 말캉한 제 내면에 단단한 옷을 입혀주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서포터즈로 인연이 되었지만 여성작가들이 전하는 단단한 에세이를 읽을수록 제 내면이 다져지고 있음을 느껴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 (by 나무) 마지막이군요 (by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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