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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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4

김해뜻 작가님의 '여자들의 언젠가, 취업' 을 읽은 후

이수아2021.05.10 20:17조회 수 807추천 수 6댓글 4

김해뜻 작가님의 '여자들의 언젠가, 취업' 을 읽은 후 제가 처음 신은 구두가 떠올랐어요.

 

저는 7살때 처음 구두를 신었어요. 그것은 투명한 젤리슈즈같은 것이었는데 그 시절엔 유리구두라 불렀습니다.

그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1985년도에 연년생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 시절 남아선호사상의 뿌리는 어린 제 삶에도 뻗었습니다.

남동생을 봐야하니 남자아이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아옷을 입었었답니다. 삼신할머니께서 감동하셨을까요?

제가 7살이던 9월 어느날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엄마가 서울에서 사온 순백의 원피스와 유리구두를 제게 신겨주었어요.

그리고 일회용카메라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엄마는 저를 데리고 뒷산으로 갔습니다.

도토리 나무 아래에서 그리고 절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었어요.

한살 위 언니가 예쁜 원피스를 입는 날엔 제게도 멋진 정장이 입혀졌었어요.

언니의 원피스가 부러웠던 저는 아주 신이 났었던것 같아요.

유리구두를 신고 순백의 원피스를 입고 폴짝 거리는 저를 엄마는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도토리 나뭇잎 위로 엄마의 슬픔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어요.

엄마가 왜 우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압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 주로 운동화를 신고 가끔 굽낮은 구두를 신어요.

김해뜻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제 두 발이 지탱하는 무게를 가늠해 보기도 했습니다.

제 무게에는 저와 아이들 그리고 남편, 양가 부모님이 있고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삶에는 무게가 다 있잖아요.  

제가 가진 무게를 가족이 부모님이 함께 나누어 가졌을 것만 같은 생각을 하니 싫지만은 않더라고요.^^

 

유리구두를 처음신었던 7살때의 설움에 김해뜻 작가님이 준비해 준 반창고가 붙여진것 같은 기분이에요.

고맙습니다 : )

 

 

댓글 4
  • 2021.5.11 15:02

    저는 김해뜻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언젠가 강의실에 들어가기 위해 처음 구두를 신었던 때가 기억났어요. 대학 강단에 선다는 설렘과 두려움, 그래서 구두를 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학의 구두가게에 가서 돈을 주고 구두를 닦았어요. 그때 가게 주인께서 "멋쟁이들은 구두코를 항상 깨끗하게 하죠."하고, 여유 있는 표정과 손짓을 보여 주셨던 기억이 나요. 그 모든 선들이 참 아름다웠다고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모두에게 첫 구두의 언젠가는 특별할 것 같아요. 김해뜻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저의 그 언젠가가 떠올라서 저도 뭉클한 하루였어요. 이수아님께서도 언젠가의 삶의 무게를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돌
    2021.5.12 18:33

    아돌님의 뭉클한 언젠가의 첫 구두의 추억을 기억할게요.^^ 고맙습니다 : D

  • 2021.5.13 12:34

    어느덧 책장위고양이 첫 원고를 쓴지 한달이 다 되어가네요. 구두를 신었던 처음 그날처럼, 처음이 주는 부담감, 기대감이 뒤섞인 채로 한 자 한 자 열심히 썼던 기억이 납니다 :) 원고를 보낸 후에는 면접 결과를 기다리던 때처럼 첫 원고가 독자님들께 전해지는 순간을 기다려왔어요. 제 마음이 온전히 닿을지, 혹여 누군가에게 불편한 글로 다가가진 않을지 마음 졸여가면서요 ㅎㅎ 오늘 이렇게, 수아님께서 남겨주신 글을 보면서 적어도 한 사람에게만큼은 제 글이 반창고로 남았다는 걸 알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아돌님의 댓글을 포함해서요^^* 책장위고양이와 함께하는 이번 계절에는, 서로의 무게를 나눠 짊어지며, 또 서로의 든든한 반창고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이미 수아님께선 따뜻한 말씀으로 제게 커다란 반창고를 선물해주셨고요♡ 남은 원고도 열심히 써 좋은 글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화창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

  • @김해뜻
    2021.5.13 20:51

    작가님의 글로 작가님과 저는 서로에게 반창고가 되어 주었네요. 소중하고 뜻깊은 반창고로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시즌4 기간동안 계속해서 작가님의 글을 받아 볼 수 있어서 기뻐요.^^ 따뜻하고 울림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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