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3

셸리에게 그리고 홍선생님에게

미화2020.12.19 11:10조회 수 231추천 수 5댓글 1

보내준 편지, 잘 받아보았습니다.

실은 보내준 편지를 제대로 읽어본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답장을 쓰기 전에 솔직히 얘기해야 할 것 같아, 먼저 고백합니다.

편지를 받아볼 수 있기를 무척 기다렸는데, 막상 편지를 받으면 쉽게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급한 일들을 처리한 후 조금 더 편한 마음과 몸으로 읽고 싶었지요.

이것부터 하고, 저것부터 하고, 나중에 나중에...

읽지 않은 메일이 쌓일수록, 더욱 열기가 쉽지 않더군요. 

혹시 메일을 열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당신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궁금해하지는 않을까 싶어 확인만 한 날도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너무 솔직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오히려 지금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 또 걱정이 되네요.

오늘은 나름의 각오로, 아침 운동을 하고 메일을 열었습니다.

제목은 '찬란했던 파리의 새벽 6시'였습니다.

'파리'라는 단어만으로 저는 무척 들떴습니다. 마침, 요즘 넷플릭스에서 인기인 '에밀리 인 파리'라는 미드가 떠올랐습니다. 미국인 여성이 일 때문에 프랑스로 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패션, 사랑, 낭만 그리고 파리의 풍경. 미리 말씀드리자면, 편지는 제 예상과는 달랐지요.

처음은 비슷했을까요? 파리의 카페. 에스프레소. 마침, 저도 커피 한잔을 하고 있던 터라 같이 올려주신 커피잔 사진을 보고 있으니 파리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파리에서의 택시 운전. 낭만보다는 생계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파리니까'라며 저는 끝까지 '낭만'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코로나라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그런 바람이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편지 끝. 셸리의 말을 보고 홍선생님이 파리로 망명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마음이 들었습니다. 왠지 모를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이 다시 보이기도 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또 미안했습니다. 홍선생님이 연루되었던 사건을 아직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찬란, 파리'라는 단어만으로 이 편지를 미리 짐작했던 것처럼, '망명, 체류'라는 단어로 홍선생님과 편지에 대한 감정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싶었습니다. 홍선생님의 파리에는 분명 찬란한 날, 삶이 고달팠던 날, 에스프레소로 위무하던 날, 눈물을 훔치던 훔치던 날. 이 모든 날이 있었을 테니까요. 

제 마음이 잘 전해질 지 모르겠습니다. 무튼, 저는 지금 토요일 아침 10시에 답장을 쓰고 있습니다.

홍선생님께서는 오전 6시를 새벽과 아침으로 말씀하셨죠. 잠이 들어 지나간 날은 '새벽 6시' 눈 뜬 날은 '아침 6시'. 저도 이 부분이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6시는 늘 같은 6시인데, 아침일까, 새벽일까?! 저는 '새벽'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새벽 6시'라는 단어를 더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특히,  6시에 일어나 무언가를 한 날은, 아침보다 새벽이라는 말이  저를 더 부지런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오늘 6시는 '아침 6'시가 아닌 '새벽 6시'였습니다. 하지만 10시는 두 분의 편지로 아침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추천해주신 파리 여행 팁은 코로나가 끝나면 꼭 해볼 수 있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처음에 알 수 없어 편견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상하며, 편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진 설명을 해주신 것도 좋았습니다. 

 

댓글 1
  • 2021.1.4 06:50

    예, 파리 여행은 6월이 제일 좋습니다. 아니면 7월초입니다. 밤이 짧아서 좋고, 비를 만나는 날도 아주 드물어서 좋습니다. 한국과 반대로, 거기는 여름이 건기, 겨울이 습기입니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이 범람하는 때는 대개 2-3월이지요. 설령 여름에 기온이 높아도 습도가 낮아 그늘에만 가면 시원합니다. 나중에 꼭 기회를 만들어보세요. 일요일이나 토요일 새벽 잊지 마시고요^^/홍세화 드림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356 시즌2 매순간 소중하다^^2 수지 2020.08.18 629 1
355 시즌6 겨울엔 군고구마와 김치를 먹고 뜨개질을 하면...3 이수아 2022.01.05 102 1
354 시즌6 욕해도 되나요? 바렌보임 xxx.1 이현미 2022.02.07 868 1
353 시즌1 3월 8일 전 구독신청을 했는데 《에세이》가 ... Shelley 2020.03.09 135 1
352 시즌6 김민섭 작가님의 책 <경계인의 시선> 읽... 그냥하자 2022.01.27 850 1
351 시즌1 제목 보고 대담(大膽)한 글인 줄... dorothy 2020.05.15 503 1
350 시즌1 3월 8일까지였던 신청 기한 이후 구독신청을 ... Shelley 2020.03.09 153 1
349 시즌7 명로진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 궁금해요^^2 3번손님 2022.03.03 1002 1
348 시즌1 버그일까요?4 정지현 2020.03.09 255 2
347 시즌2 갑자기, 고양이1 김민애 2020.08.08 244 2
346 시즌1 오은 작가님, 난데없이 쓸데없이 나무 2020.05.19 739 2
345 시즌1 늘 한 발 늦는 사람 빨간구두 2020.05.12 174 2
344 시즌6 취미가 이상하고 부끄러울것 까지야ㅎㅎ(feat....3 산골아이 2022.01.21 327 2
343 시즌6 내일 박은지 시인님의 에세이가 도착하겠네요....2 그냥하자 2022.01.27 702 2
342 시즌2 무소유가 생각납니다.^^1 수지 2020.09.19 580 2
341 시즌4 '나' 사랑하기1 능이 2021.05.26 661 2
340 시즌2 이번주제 머리 아파요1 셸리2 2020.09.19 698 2
339 시즌1 찐~한 달달이 커피 화니 2020.05.12 189 2
338 시즌6 손이 문제일까, 마음이 문제일까?를 읽고2 떠나 2022.02.10 727 2
337 시즌6 젖은 손 혹은 젖은 마음의 위로를 받은 듯 합...3 kimmi 2022.02.08 774 2
336 시즌6 눈물 나는 맛 = 추억맛!4 산골아이 2022.01.11 155 2
335 시즌1 저는 고양이가 아닌, 닭을 구해준 경험이 있습...3 하얀연필 2020.03.10 178 2
334 시즌6 간식, 눈물나는 맛!!4 영배알고싶다 2022.01.11 82 2
333 시즌6 누군가의 공손한 위로6 떠나 2022.01.11 88 2
332 시즌1 500원에 빵 터졌어요 ㅋㅋㅋ1 엘리시아 2020.05.08 239 2
331 시즌3 명일 조천 2월의 서신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외다 Shelley 2021.02.07 535 2
330 시즌2 후시딘에서 진화인류학이라!!😅😆1 수지 2020.08.10 157 2
329 시즌1 오늘은 혹시 편지 안오나요...?4 Ryeon 2020.04.21 184 2
328 시즌5 김복희 시인님과 나의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2 이수아 2021.11.22 1045 2
327 시즌1 ㅋㅋㅋ 왠지 사람 심리의 정곡을 찌르는 글이에요 지현 2020.05.15 445 2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14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