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3

일주일간 새벽을 열어준 고양이

나비2020.12.19 07:31조회 수 286추천 수 4댓글 0

 

 

이번주는 특히 힘든 한 주였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안 가기 시작했거든요.

코로나19의 위세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아이도 감기 기운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은 아이를 가정보육하기로 하였습니다.

집에서 간간히 하던 일도 멈춰지고, 제 하루는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아마 셀리의 편지가 없었다면 제 일주일은 지금보다는 아주 조금 불행했을 지도 몰라요.

 

편지를 읽으며 잠시간 이곳을 떠나는 시간을 가졌어요.

글을 쓴 이들의 마음 속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면서요.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십 분이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공간이,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제 몸과 아이의 몸에 닿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파리 여행을 다녀왔네요.

파리는 아주 예전에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을 때 잠깐 갔었던 기억이 있어요.

처음 보는 이국의 거리가 참 좋아서, 높이 솟은 에펠탑이 저기 있다는 게 신기해서, 그냥 별것 안해도 다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 상황이 올 줄 알았다면 작년에 한 번 더 갈 것을.

넷플릭스로 에밀리와 함께 다녀온 게 전부네요.

 

홍세화 씨가 하루 일정을 마치고 새벽에 택시를 타고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리며 엉엉 울었다고 하는 구절에서,

저도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든 아이와 지내고 나서, 텅 빈 새벽을 맞이하는 느낌이 저 또한 남달라서였을까요.

 

하루 동안, 저 자신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분주하고 바쁘고 정신이 없지만,

셸리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편지 속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저도 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셸리의 편지가 없이도 어떻게든 살았겠지만, 그 질감과 삶의 풍부함은 지금하고 비교가 되지 않았을 것 같네요.

아주 가끔씩 그렇게, 자신으로 돌아가는 훈련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마침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네요.

 

댓글 0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56 시즌2 비와 북극1 노르웨이숲 2020.07.23 339 5
55 시즌4 아침엔 그렇게 비가 오더니, 지금은 언제 비왔...7 바켄두잇 2021.05.07 939 5
54 시즌4 섬유유연제가 정의하는 나란 사람1 에제르 2021.06.01 771 5
53 시즌3 재미있네요1 클로에 2020.12.15 224 5
52 시즌4 어느덧 여름4 매듭달 2021.06.08 886 5
51 시즌1 지금 안하면 평생 후회 할 일2 화니 2020.04.18 249 5
50 시즌1 헉!2 해와 2020.03.23 138 5
49 시즌6 안녕하세요, 박은지입니다!2 여름방학 2022.01.12 94 6
48 시즌3 좋은 방법 시안 2020.12.31 498 6
47 시즌2 언젠가 고양이1 소나무에걸린연 2020.07.06 260 6
46 시즌2 검은 북극 ❤️1 Edith 2020.07.26 223 6
45 시즌1 bittersweet Skye 2020.03.16 202 6
44 시즌1 "적당한 거리" = "공존"2 화니빠 2020.03.13 197 6
43 시즌6 우리는 큐피드를 만나야 한다. :)5 떠나 2022.01.06 113 6
42 시즌3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9 시안 2021.01.01 667 6
41 시즌1 두리번 두리번2 시안 2020.04.02 173 6
40 시즌6 안녕하세요 시즌 6과 함께 나타난 김진규입니다.5 고노와다 2022.01.11 127 6
39 시즌1 엄마의 방에 갇혔어요.4 화니 2020.04.07 248 6
38 시즌1 아! 해와 2020.03.20 102 6
37 시즌4 김해뜻 작가님의 '여자들의 언젠가, 취업...4 이수아 2021.05.10 802 6
36 시즌1 따라 울었습니다 빨간구두 2020.03.20 120 6
35 시즌1 이메일 제목 말인데요,12 지현 2020.03.18 432 6
34 시즌3 창문이 액자가 되는 계절2 렌지 2020.12.16 334 6
33 시즌1 셀리의 저녁 메일이 반갑네요.1 화니 2020.03.30 139 6
32 시즌4 내가 가장 예쁠 때는 '오늘' 이라는...3 이수아 2021.05.14 978 6
31 시즌1 셸리외 함께 차마시며 수다 떨고 싶어요.2 감람 2020.04.30 301 6
30 시즌2 글.1 쭈삐 2020.07.17 146 6
29 시즌3 정말 생각치 못한 반전2 blue 2020.12.19 562 6
28 시즌2 다시 만나 반가워요.1 화니 2020.07.06 140 6
27 시즌1 글 읽다가 사무실에서 푸하하~~~ 엘리시아 2020.03.16 117 6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