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3

창문이 액자가 되는 계절

렌지2020.12.16 12:19조회 수 334추천 수 6댓글 2

'창문이 액자가 되는 계절' 이라는 구절이 맘에 와닿았습니다. 

새벽부터 차오르는 햇살을 막아보려고 두꺼운 커튼을 드리우고 있는 제 방의 창문을 바라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벚나무의 싱그러움에 반해 이 방을 선택했다는 기억을 떠올립니다.

영화의 반전 같은 다음 기억이 떠올랐어요.

어느 햇살 좋은 아침, 두꺼운 커튼에 가려진 아침 햇살이 평소보다 밝아진 거에요.

'뭐지?'하고 반쯤 깬 상태에서 들려오는 '웽~'하는 모터소리.

"뭐야?"하고 창문을 열어보니......

싱그러운 벚나무가 마법처럼 사라졌더군요.

냉큼 침대에 올라서서 창틀에 손을 짚고 아래까지 내려다보았어요.

잘린 나무 기둥만 겨우 남아 있었습니다. 줄지어 있던 나무들도 모두 그렇게 잘려 나가고 있더군요.

마음이 공허하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허무함 같기도 했습니다.

상가의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도심 가로수 60그루가 한 번에 잘려 나갔다는 뉴스를 봤어요.

화가 나고 안타까웠지만 남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매일 아침 지하주차장 입구로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야 했던 경비아저씨의 노고를 덜 수 있겠다는 생각은 나중에야 들었습니다.

이후엔 창문은 두꺼운 커튼이 늘 드리워져 있습니다.

창 밖 벚나무의 가지와 잎이 마주보는 아파트와 제 방의 가림막 역할까지 했었는데.

이제 창을 열면 낯선 집 거실이 환하게 보입니다.

실례가 될까하는 마음에 커튼을 열지 못합니다. 벚나무 드리워진 창문이 그립습니다. 방 한 가득 액자가 되어줬던 벚나무가 그립습니다.

오늘의 에세이를 읽으며 울컥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오현진
댓글 2
  • 2020.12.18 02:43

    선생,

     

      가히 글이란 신기한 것이지 않소? 지금은 지나가 버린 어느 한때의 기억 속으로 독자를 데리고 가니 말이외다. 그러고보니 이 고양이로서는 그대의 글을 읽고 또 이 말을 하고 난 후니 내 사귀었던 옛 벗이 생각나는데, 그 또한 작가였으나 그의 글 쓰는 모습을 어찌 설명하면 좋을까―이렇게 말하면 되겠구려! 그는 《마들렌》 먹기를 참으로 느릿하게 하는 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을 쓴 이였소이다. 혹시 누군지 짐작이 가오?

     

    셸리

  • 2020.12.20 17:07

    렌지님, 저는 이번 글을 쓰면서 사람의 눈이 창문과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벚나무는 없어졌어도 기억하는 눈이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귀한 답신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주에 또 뵐게요. :) 🌱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416 시즌1 이은정 작가의 '마실수 없는 커피'... 분홍립스틱 2020.05.13 514 1
415 시즌1 김민섭 작가님, "저는 커피를 싫... 아닙... 나무 2020.05.18 533 4
414 시즌3 점심 약속만 몇달 째 이수아 2021.01.12 599 3
413 시즌1 오은 작가님, 난데없이 쓸데없이 나무 2020.05.19 739 2
412 시즌1 늘 한 발 늦는 사람 빨간구두 2020.05.12 174 2
411 시즌3 좋은 방법 시안 2020.12.31 498 6
410 시즌4 이서희 작가님의 어쩌면, 행복한 운명론자를 읽고 바켄두잇 2021.05.27 803 5
409 셸리가 편지를 드립니다-《에세이》발송과 결... Shelley 2020.03.08 305 5
408 시즌7 저의 설레임을 증폭시킨 작가님들의 문장 함께... 3번손님 2022.03.05 1092 0
407 시즌1 찐~한 달달이 커피 화니 2020.05.12 189 2
406 시즌1 편지 제목은 빨간구두 2020.03.19 320 5
405 시즌7 도서관에는 정말 낭만이 있습니다. 한 점 의심... 3번손님 2022.03.16 953 0
404 시즌1 3편의 편지를 받고 호호 2020.03.11 137 4
403 시즌6 박은지 시인님의 시 <생존 수영> 함께 ... 이수아 2022.01.12 163 4
402 시즌1 독자도 새로운 시도중... 먼지 2020.04.17 109 4
401 시즌1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엄마오리 2020.04.17 97 3
400 시즌1 너무 재미있게 읽다가 역시! 했습니다 엘리시아 2020.03.23 114 4
399 시즌3 낮 12시엔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엄마의 모... 이수아 2021.01.13 499 5
398 시즌7 이번 주에도 작가님들의 글 잘 읽고 있어요.^^ 3번손님 2022.03.30 562 1
397 시즌4 복실이를 읽고 가슴이 먹먹하네요.ㅠㅠ 이수아 2021.06.22 716 0
396 시즌3 명일 조천 2월의 서신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외다 Shelley 2021.02.07 535 2
395 시즌2 엔드게임 빨간구두 2020.09.25 574 0
394 시즌3 그대 벗과 함께 내 《메일》을 받아볼 수 있소! Shelley 2020.12.18 515 0
393 시즌1 "그럼 네 하늘과 내 하늘을 합치면 우주... nafta 2020.05.11 300 3
392 시즌1 bittersweet Skye 2020.03.16 202 6
391 시즌8 아는 맛이 제일 무섭지요. 루우냥 2022.05.13 471 1
390 시즌1 ㅋㅋㅋ 왠지 사람 심리의 정곡을 찌르는 글이에요 지현 2020.05.15 445 2
389 시즌2 고마워요, 정말 많이요. 핸♡ 2020.09.25 543 1
388 시즌1 심장이 몸밖에서 뛰어 시안 2020.03.12 199 4
387 시즌5 송재학 시인님의 부계가 포항이었군요. 제 모... 이수아 2021.11.27 932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14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