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2

오글 주의 ㅎ

김민애2020.08.10 18:17조회 수 199추천 수 3댓글 1

지금 만지면 아프진 않지만

내 몸에는 많은 흉터들이 남아있다.

남들은 몰라도 적어도 내 눈에는 티가 난다.

마음에 난 상처는 어떨까?

 

이젠 그 때를 돌이켜도 심장이 벌렁벌렁 뛰거나 억울하거나 말도안되게 눈물이 떨어지는 일은없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내 말투, 행동, 시선으로 그 흔적이 남아있다.

나로부터 

나에게나 다른이에게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약사인 엄마가 흉터연고를 바르라고 소원을 하셨지만 나는 늘 귀찮았다. 

주변 친구들이 작은 상처들로 호들갑을 떨 때도 난 속으로 그랬다.

 

'저정도가지고 뭘.. 엄살이 심하네..'

 

난 내 마음도 돌볼 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 깨달았다.

몸에 난 상처를 바라보듯 마음의 상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그 때부터 몸에난 상처들이 상처투성이인 내 마음을 꿰뚫어 보여주는 것같았다. 싫었다.

그리고 애써 외면했던 그것들을 꺼내어 그대로 받으들였다.

안쓰럽고 창피했다.

 

살짝 건드려도 하염없이 몇날 며칠을 울고 또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똑같은 화살을 몇번이고 맞고 있을 만큼 아팠던 나를 그대로 방치했다는 사실이.

 

내 상처를 당연하게 보듯 남의 상처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사실이.

아니, 사실 그 많은 상처들이 무척이나 대수로웠음에도 당연하듯 살아온 내가 남의 상처까지 아무것도 아니라 여겼다는 사실이.

 

 

그 뒤로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정말.

완전하진 않지만, 적어도,

내 상처에 솔직할 수 있게 되기까지.

 

 

 

여전히 난 흉터연고를 바르지 않는다. 

그리고 지나온 내 몸의 흔적들이 처음에 얼마나 아팠고, 

아물어 노랗게 자리잡을 때 까지 걸렸던 시간을 기억한다.

 

나이를 먹어가는게 두려웠던 나는 어느새 자연스레 생기는 주름이 내 삶을 대변해 주는것 같아 좋아졌다.

그렇게 나는 내 몸의 상처들도 좋아졌다.

몸에 난 상처들 중 나도 모르게 생긴 흔적들을 포함해 사연없는 상처는 없었고 예쁘지 않은 것은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시간이 몸 위로 흐른다.

 

댓글 1
  • 2020.8.19 10:25

    선생,

     

    그대 외에도 이 《상처》란 것에 공감하는 독자가 많은 듯하구려. 상처를 통해 피부 위해 시간이 흐르는 것을 감각할 수 있으니, 상처를 꼭 피하기만 할 까닭은 없는 모양이외다. 그대 남겨준 글이 고맙소. 또 소식 전해주시오.

     

    셸리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176 시즌2 저도 짝사랑 전문입니다 ^^1 수지 2020.08.12 487 2
175 시즌7 만나지 말아야 될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수아 2022.04.05 488 0
174 시즌1 물 대신 커피 우렁각시 2020.05.13 488 3
173 시즌1 작고 사소하지만 유용한 제안이 하나 있소이다4 공처가의캘리 2020.04.13 494 4
172 시즌1 이은정 작가님의 특별한 커피 나무 2020.05.13 495 3
171 시즌1 편지 끝에 시안 2020.05.13 496 3
170 시즌1 순간이동 환상 나무 2020.05.23 496 1
169 시즌3 좋은 방법 시안 2020.12.31 498 6
168 시즌1 나에게 캔커피란.. 루우냥 2020.05.13 498 3
167 시즌6 우리는 서로의 큐피드!4 오즈 2022.01.05 498 4
166 시즌3 낮 12시엔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엄마의 모... 이수아 2021.01.13 499 5
165 시즌6 아껴왔던 고백을 듣는 기쁨2 kimmi 2022.01.26 501 3
164 시즌1 제목 보고 대담(大膽)한 글인 줄... dorothy 2020.05.15 503 1
163 시즌2 ㅠㅠ예은님 글 때문에 처음 게시글 남겨봐요..1 강신영 2020.09.15 512 3
162 시즌1 이은정 작가의 '마실수 없는 커피'... 분홍립스틱 2020.05.13 514 1
161 시즌3 그대 벗과 함께 내 《메일》을 받아볼 수 있소! Shelley 2020.12.18 515 0
160 시즌2 번역할 필요 없는1 Aros 2020.08.14 517 4
159 시즌3 좋아하는 거로 좋은 하루 마감(덕분에) 시안 2021.01.20 520 4
158 시즌3 아빠왔다!3 SlowY 2020.12.22 524 4
157 시즌2 성숙은 싫었는데 좋아졌어요. Aros 2020.09.27 525 3
156 시즌1 김민섭 작가님, "저는 커피를 싫... 아닙... 나무 2020.05.18 533 4
155 시즌2 억울한 일이지만, [스팸함] [프로모션함]을 부...1 Shelley 2020.04.24 534 2
154 시즌3 명일 조천 2월의 서신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외다 Shelley 2021.02.07 535 2
153 시즌2 오늘은 행복할것만 같아요1 화니 2020.09.23 537 4
152 시즌3 대학을 다시 다닐수 있냐고?1 화니 2021.02.19 538 5
151 시즌1 내 인생은 점심시간3 아리 2020.05.18 541 2
150 시즌2 고마워요, 정말 많이요. 핸♡ 2020.09.25 543 1
149 시즌6 이은정 작가님의 스트라빈스키란?5 영배알고싶다 2022.01.26 543 2
148 시즌2 겨울님 ㅜㅜㅜ1 shini 2020.09.18 545 2
147 시즌6 클래식.. 쇼팽의 발라드 1번부터!!3 영배알고싶다 2022.01.26 547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