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지면 아프진 않지만
내 몸에는 많은 흉터들이 남아있다.
남들은 몰라도 적어도 내 눈에는 티가 난다.
마음에 난 상처는 어떨까?
이젠 그 때를 돌이켜도 심장이 벌렁벌렁 뛰거나 억울하거나 말도안되게 눈물이 떨어지는 일은없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내 말투, 행동, 시선으로 그 흔적이 남아있다.
나로부터
나에게나 다른이에게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약사인 엄마가 흉터연고를 바르라고 소원을 하셨지만 나는 늘 귀찮았다.
주변 친구들이 작은 상처들로 호들갑을 떨 때도 난 속으로 그랬다.
'저정도가지고 뭘.. 엄살이 심하네..'
난 내 마음도 돌볼 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 깨달았다.
몸에 난 상처를 바라보듯 마음의 상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그 때부터 몸에난 상처들이 상처투성이인 내 마음을 꿰뚫어 보여주는 것같았다. 싫었다.
그리고 애써 외면했던 그것들을 꺼내어 그대로 받으들였다.
안쓰럽고 창피했다.
살짝 건드려도 하염없이 몇날 며칠을 울고 또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똑같은 화살을 몇번이고 맞고 있을 만큼 아팠던 나를 그대로 방치했다는 사실이.
내 상처를 당연하게 보듯 남의 상처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사실이.
아니, 사실 그 많은 상처들이 무척이나 대수로웠음에도 당연하듯 살아온 내가 남의 상처까지 아무것도 아니라 여겼다는 사실이.
그 뒤로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정말.
완전하진 않지만, 적어도,
내 상처에 솔직할 수 있게 되기까지.
여전히 난 흉터연고를 바르지 않는다.
그리고 지나온 내 몸의 흔적들이 처음에 얼마나 아팠고,
아물어 노랗게 자리잡을 때 까지 걸렸던 시간을 기억한다.
나이를 먹어가는게 두려웠던 나는 어느새 자연스레 생기는 주름이 내 삶을 대변해 주는것 같아 좋아졌다.
그렇게 나는 내 몸의 상처들도 좋아졌다.
몸에 난 상처들 중 나도 모르게 생긴 흔적들을 포함해 사연없는 상처는 없었고 예쁘지 않은 것은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시간이 몸 위로 흐른다.
선생,
그대 외에도 이 《상처》란 것에 공감하는 독자가 많은 듯하구려. 상처를 통해 피부 위해 시간이 흐르는 것을 감각할 수 있으니, 상처를 꼭 피하기만 할 까닭은 없는 모양이외다. 그대 남겨준 글이 고맙소. 또 소식 전해주시오.
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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