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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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기다릴때

시안2020.05.12 15:26조회 수 250추천 수 1댓글 0

새벽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남편이 광주 출장 준비를 마치고 있다길래 만나서 '해장국을 먹여 보내야겠군' 이라고 생각했다. 

6시 6분 집앞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출발하려는데 차가 작동하지 않는다. 황급히 차에서 내려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 문을 열어 제쳤다. 아..세차도구가 뒤집어 놓은 목욕의자에 담겨 있는게 부끄러웠다.그래도 어쩌랴..몹시 당황스러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삼각대를 꺼냈는데 다리 펴는 방법을 몰라서 한참 헤맸다. 신호를 받고 막 출발하려는 저 차들은 이미 성이 잔뜩 오른 오데오 경기장을 향해 돌진하는 소처럼 보였다. 어쩜 저리 빨리 달리나 싶게 슝슝 씽씽 내 앞을 훅훅 지나갔다. 그 사이 남편이 달려와 어찌어찌 갓길로 차를 움직여보려는데 핸들이 돌아가지 않는다. 포기하고 연락해 놓은 보험사 견인차를 기다리는 수 밖에...

내 차는 견인차에서 길게 끌어 내린 갈고리 줄에 궁둥이가 끄댕겨 올라타서 정비소로 가고...

전날 음주한 남편과 해장국을 먹고 각자의 일과를 시작할 참이었는데 다 엉켰다.

오늘은 첫 추도식도 있고 찾아뵐 스승님도 계시고 낼 찾아뵐 곳에 들고 갈 선물도 사야고 내일 재개하는 장애인시설 수업준비도 해야고 대학원 후배들이 봐야 할 동영상도 찍어야하는데 기동성이 떨어진다.

경유차는 신호대기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다 켜지는 기능이 있는데 그 부분에 해당하는 부품의 나사가 풀려있었다니...

어제 난 전남 광주로 교육을 다녀왔는데 모르는 동네에서 이런 상황에 당했으면 어쩔뻔 했나.. 

 

지금은 정비소에 차를 찾으러 왔다. 시간은 1시 37분

차가 다 되었다고 했고 15분 후면 된다고 했다.아직 밥 한끼 못먹고 택시를 타고 일정을 소화하다 이러고 앉아 있다.

 

커피 자판기가 눈에 보인다. 구황음료라니 ㅠㅠ

달달한 믹스커피를 슝늉처럼 마시며 또 기다려본다.

마사지 기계에서 꿀잠을 잔 어떤 아저씨가 자력에 이끌리듯 자판기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나에게는 구황음료인데 저 아저씨한테는 청량음료려나..

커피를 마셨는데 분명 카페인이 있을진대 어찌하여 잠이 쏟아지는가...ㅠ

새벽 3시부터 움직여서 지금 시간은 오후 3시 24분.

정신을 챙겨봐야지..아아를 샀다! 얏~~~~호

맛있는 글밥을 찾아 화선지에 옮겨 쓰고 먹그림으로 옷을 입히는 생계형 작가. 행간의 글들 사이에서 놀 생각으로 설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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