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비가 오연....

화니2020.04.26 14:32조회 수 293추천 수 6댓글 1

20200426_142929.jpg

제가 나고 자란 곳은 농사 지어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농촌이었어요. 지금도 버스가 하루 서너번만  드나드는 곳이에요.이런 깡촌이다보니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물론 버스가 다니지 않았어요. 

부모님들께서 밭으로, 들로 일하러 나가시면 집안 일은 아이들이 하는것이 당연했어요. 학교가 일찍 끝나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 집안의 중고생 딸들은 동네 빨내터에 나와 일주일 동안 입었던 교복이며 운동화를 빨았어요. 그렇게 뽀송한 옷을 월요일 입고 등교하면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월요일 아침에 비가 오면 정말 짜증이 폭풍으로 몰아쳤어요. 버스를 타기 위해 옆동네로 20분이상을 걸어가야 했고 버스터미널이 있는 읍내에서 

학교까지 또 15분을 걸어야 하니 홀딱 젖을수 밖에..... 때로는 우산이 부족해 언니나 동생이랑 같이 써야 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하루 종일 교실에서 쉰내가 진동했어요. 그래서 비를 저도 엄청 싫어했어요. 태풍이나 집중호수때 길이 잠겨 등교를 못하는경우가 생기면 비는 싫은 정도를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지요. 

이런 비가 그래도 조금은 좋아진 계기가 있었어요. 결혼 후 남편과 시누이들이 살고 있는 마포에 놀러 갔을 때에요. 간단하게 호프를 마시고 돌아가는데 갑자기 장대 같은 소나기를 만났어요. 우산도 없던 가족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널다란 판자를 해병대 훈련하듯 2열 종대로 머리 위에 들고 시누이집까지 왔어요. 다 큰 어른 8명이 만든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이렇게 싫었던 비도, 나를 미소짓게 하는 비도 다 오늘의 나를 만든것이니 좀 더 따스하게 바라보고 싶네요. 좋은 차나 커피도 곁들이면서.....

댓글 1
  • 2020.4.29 09:27

    저는 시골에서 자라진 않았지만 화니님과 비슷한 기억들이 생각나네요.

    비가 좀이라도 많이오면 집엔 물이 차고 동네가 물바다가 되었고 옷과 신발이 모두 젖은채로 수업을 들어야했죠. 학교마치고 오면 다시 그옷들과 신발을 아궁이에 널어 말리고..

     

    힘들었지만 힘들지도 몰랐던 그시절이 덕분에 그리워지네요. 고맙습니다~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116 시즌2 삼각김밥😄😄 참 무궁무진&#x1...3 수지 2020.07.16 192 4
115 시즌1 시인 A 가 누굴까...2 라라 2020.03.26 189 4
114 시즌1 찐~한 달달이 커피 화니 2020.05.12 189 2
113 시즌1 늙은 고양이?3 hepatomegaly 2020.03.09 188 1
112 시즌2 처음 받아본 소감1 오늘 2020.07.13 188 4
111 시즌2 삼각김밥 같은 딴딴한 밀도의 글 :)3 노르웨이숲 2020.07.17 187 5
110 시즌1 이은정 작가님의 <최고의 풍수>를 읽고1 해산강 2020.04.09 185 9
109 시즌1 오늘은 혹시 편지 안오나요...?4 Ryeon 2020.04.21 184 2
108 시즌6 마음만은 게을러지지 말자!4 영배알고싶다 2022.01.05 184 3
107 시즌1 등허리가 해와 2020.03.14 181 4
106 시즌1 으앙!6 해와 2020.03.26 180 3
105 시즌1 저는 고양이가 아닌, 닭을 구해준 경험이 있습...3 하얀연필 2020.03.10 178 2
104 시즌2 이묵돌 선생의 영혼에 노크합니다.2 신작가 2020.07.09 178 1
103 시즌1 차를 사면 비가 오는 날에.. 시안 2020.04.25 178 3
102 시즌2 아아아아 행복해라 여성작가만세!2 감람 2020.07.10 177 4
101 시즌1 운명의 비호 화니 2020.05.04 176 2
100 시즌2 언젠가, 강아지1 존스애비뉴 2020.07.06 175 7
99 시즌1 늘 한 발 늦는 사람 빨간구두 2020.05.12 174 2
98 시즌2 7월분 에세이2 냐옹이풀 2020.08.03 174 0
97 시즌1 두리번 두리번2 시안 2020.04.02 173 6
96 시즌1 언제나 내 옆의 고양이2 시안 2020.03.16 171 5
95 시즌1 '한 통의 편지'가 아직...3 bisong 2020.04.07 169 3
94 시즌1 감혼비 작가님의 글을 읽고1 감람 2020.04.06 169 7
93 시즌1 안녕하세요. 어디에 문의드릴지 몰라서 여기에...4 정다빈 2020.03.11 168 2
92 시즌1 좋은 독자, 그리고 친구1 지현 2020.03.24 168 6
91 시즌1 <언젠가, 작가>를 읽기 전에1 무아 2020.03.24 167 4
90 시즌2 어제,,뒤늦게 열어본 편지함에는 수북하게 셀...1 bisong 2020.07.14 166 3
89 시즌6 나의 큐피드는 어디에?(이은정작가님 편지를 ...3 산골아이 2022.01.05 166 2
88 시즌1 구독신청 후 피드백2 Soyeon_이인해인맘 2020.03.06 164 1
87 시즌2 삼김이기 때문에, 삼김 일지라도1 Aros 2020.07.17 164 5
첨부 (1)
20200426_142929.jpg
1.15MB / Download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