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차를 사면 비가 오는 날에..

시안2020.04.25 19:04조회 수 178추천 수 3댓글 0

비 내리는 소리가 우산에서 내 정수리에 토독토톡 떨어지는게 좋았다. 안개비는 안개비대로 신비해서 좋았고 장대비는 장대비대로 좋았다. 소나기는  비 맞는것도 좋아했던 나한테는 핑계거리로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또록또록 떨어지면 내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 물을 받았다. 손바닥 그릇에 물이 고이고 물방울이 떨어져 진동을 일으키면 방울방울이 내 얼굴에 튀었고 눈을 질끈 감았다 뜰때 손바닥이 휘청대어 물이 옷소매를 적셨다. 엄마는 툇마루에 앉아 나를 향해 잔소리를 쏘아댔지만 난 그 마저도 웃겨 까륵거렸다. 

 

조금 더 어른인척 하고 싶어졌은때는 걸음걸이도 터덜과 투벅의 사이쯤 되는 박자로 걸으며 센치함을 풍풍 흘렸다.이무렵부터 내 최애 청바지가 생기고 등에 촥 앵기는 가방과 보라색 신발을 아끼기 시작했고 그 물건들에 빗물이 스미는게 불편해졌다. 특히 방수가 되지 않는 가방속 책이 물에 젖으면 책장을 들추고 싶은 마음조차 뚝 떨어졌다. 점점 우산을 잘 챙겼다.

 

어른이 되고 내 덩치를 푹 감쌀만큼 큰 우산만 쓰고 다녔다. 어깨도 안젖도록 커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목 근처 신발과 바지 아랫단은 젖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차림으로  실내에 들어갔을 때 가장 난감하다. 점점 축축해온다.꿉꿉하다. 

 

차가 생기면 난 썬루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정수리에 떨어질 것 같은 빗방울을 본다고 상상만 해도 좋았다. 빗방울이 적신 창문을 사진으로 찍으면 왜 슬픔도 덩달아 묶여 오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슬퍼지더라.  하늘에서 툭툭 던지는 말들에 그리움이 녹여져서일까? 유독 보고싶은 사람도 많아진다

 

 

 

맛있는 글밥을 찾아 화선지에 옮겨 쓰고 먹그림으로 옷을 입히는 생계형 작가. 행간의 글들 사이에서 놀 생각으로 설레는 중
절교한 닭뿟뿡꺅 (by 시안) 잔잔한 여운이 남아서... (by 최선)
댓글 0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67 시즌1 오늘 커피 너무 좋네요 JaneEyre 2020.05.13 554 3
66 시즌1 셸리올시다2 Shelley 2020.04.03 219 3
65 시즌1 '셸리', 오랜만이에요. 알프 2020.06.16 602 3
64 시즌1 '한 통의 편지'가 아직...3 bisong 2020.04.07 169 3
63 시즌1 책장 위 고양이 잘 읽고 있습니다1 platy 2020.03.14 139 3
62 시즌1 나에게 캔커피란.. 루우냥 2020.05.13 498 3
61 시즌1 물 대신 커피 우렁각시 2020.05.13 488 3
60 시즌1 ㅋㅋㅋ2 정인한 2020.04.22 145 3
59 시즌1 편지 나도요나도요5 시안 2020.04.22 254 3
58 시즌1 여덟번째 메뉴1 감람 2020.04.14 116 3
57 시즌1 결혼도 이혼도 미친 짓! 이은정작가 시인의향기영근 2020.05.05 219 3
56 시즌1 그때 그 고양이를 구했더라면1 화니 2020.03.10 141 3
55 시즌1 이은정 작가님의 (이번 시즌) 마지막 글이라니...2 JaneEyre 2020.05.18 585 3
54 시즌1 5월 서신은 언제 부터 인가요?2 냐옹이풀 2020.05.06 431 3
53 시즌1 별에서 온 그대 아니고 셸리2 빨간구두 2020.05.18 590 3
52 시즌1 절교한 닭뿟뿡꺅1 시안 2020.04.17 128 3
시즌1 차를 사면 비가 오는 날에.. 시안 2020.04.25 178 3
50 시즌1 잔잔한 여운이 남아서... 최선 2020.05.09 106 3
49 시즌1 빗장을 열어 시안 2020.04.12 84 3
48 시즌1 6시6분1 시안 2020.03.25 123 3
47 시즌1 지금 내 방은.. bisong 2020.04.13 107 3
46 시즌1 하나 있는 마이리뷰4 아람 2020.03.17 315 3
45 시즌1 버그일까요?4 정지현 2020.03.09 255 2
44 시즌1 오은 작가님, 난데없이 쓸데없이 나무 2020.05.19 739 2
43 시즌1 늘 한 발 늦는 사람 빨간구두 2020.05.12 174 2
42 시즌1 찐~한 달달이 커피 화니 2020.05.12 189 2
41 시즌1 저는 고양이가 아닌, 닭을 구해준 경험이 있습...3 하얀연필 2020.03.10 178 2
40 시즌1 500원에 빵 터졌어요 ㅋㅋㅋ1 엘리시아 2020.05.08 239 2
39 시즌1 오늘은 혹시 편지 안오나요...?4 Ryeon 2020.04.21 184 2
38 시즌1 ㅋㅋㅋ 왠지 사람 심리의 정곡을 찌르는 글이에요 지현 2020.05.15 445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