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차를 사면 비가 오는 날에..

시안2020.04.25 19:04조회 수 182추천 수 3댓글 0

비 내리는 소리가 우산에서 내 정수리에 토독토톡 떨어지는게 좋았다. 안개비는 안개비대로 신비해서 좋았고 장대비는 장대비대로 좋았다. 소나기는  비 맞는것도 좋아했던 나한테는 핑계거리로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또록또록 떨어지면 내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 물을 받았다. 손바닥 그릇에 물이 고이고 물방울이 떨어져 진동을 일으키면 방울방울이 내 얼굴에 튀었고 눈을 질끈 감았다 뜰때 손바닥이 휘청대어 물이 옷소매를 적셨다. 엄마는 툇마루에 앉아 나를 향해 잔소리를 쏘아댔지만 난 그 마저도 웃겨 까륵거렸다. 

 

조금 더 어른인척 하고 싶어졌은때는 걸음걸이도 터덜과 투벅의 사이쯤 되는 박자로 걸으며 센치함을 풍풍 흘렸다.이무렵부터 내 최애 청바지가 생기고 등에 촥 앵기는 가방과 보라색 신발을 아끼기 시작했고 그 물건들에 빗물이 스미는게 불편해졌다. 특히 방수가 되지 않는 가방속 책이 물에 젖으면 책장을 들추고 싶은 마음조차 뚝 떨어졌다. 점점 우산을 잘 챙겼다.

 

어른이 되고 내 덩치를 푹 감쌀만큼 큰 우산만 쓰고 다녔다. 어깨도 안젖도록 커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목 근처 신발과 바지 아랫단은 젖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차림으로  실내에 들어갔을 때 가장 난감하다. 점점 축축해온다.꿉꿉하다. 

 

차가 생기면 난 썬루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정수리에 떨어질 것 같은 빗방울을 본다고 상상만 해도 좋았다. 빗방울이 적신 창문을 사진으로 찍으면 왜 슬픔도 덩달아 묶여 오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슬퍼지더라.  하늘에서 툭툭 던지는 말들에 그리움이 녹여져서일까? 유독 보고싶은 사람도 많아진다

 

 

 

맛있는 글밥을 찾아 화선지에 옮겨 쓰고 먹그림으로 옷을 입히는 생계형 작가. 행간의 글들 사이에서 놀 생각으로 설레는 중
댓글 0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689 5
127 시즌1 머리맡에 고양이2 시안 2020.03.09 228 2
126 시즌1 오늘 글 좋네요 Skye 2020.04.14 132 2
125 시즌1 특별한 사랑2 감람 2020.05.04 236 2
124 시즌1 남궁인 작가님, 대담 이야기 나무 2020.05.15 457 2
123 시즌1 내 인생은 점심시간3 아리 2020.05.18 549 2
122 시즌1 매일 같은 메일이 2통이 전달되네요. ㅎㅎ2 해와 2020.03.12 209 2
121 시즌1 안녕하세요. 어디에 문의드릴지 몰라서 여기에...4 정다빈 2020.03.11 172 2
120 시즌1 운명의 비호 화니 2020.05.04 178 2
119 시즌1 남궁인 작가님 어머님께 바치는 글1 나무 2020.05.24 559 2
118 시즌1 마지막이군요 dorothy 2020.05.24 658 2
117 시즌1 정말 그리웠다니까! 고롱송과 함께 전해지는 시안 2020.05.05 264 2
116 시즌1 친애하는2 정인한 2020.04.22 237 2
115 시즌1 마실 수 없는 커피2 빨간구두 2020.05.13 451 2
114 시즌1 명불허전? 역시!는 역시!1 dorothy 2020.05.09 128 2
113 시즌1 마실 수 없는 커피 아리 2020.05.13 478 2
112 시즌1 으앙!6 해와 2020.03.26 184 3
111 시즌1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엄마오리 2020.04.17 99 3
110 시즌1 픽션과 논픽션1 아람 2020.03.23 147 3
109 시즌1 "그럼 네 하늘과 내 하늘을 합치면 우주... nafta 2020.05.11 301 3
108 시즌1 새로운 편지 메일 받아본 소감 카이 2020.05.25 587 3
107 시즌1 김민섭 작가님 언젠가 결혼 이야기 나무 2020.05.14 598 3
106 시즌1 나를 위한 글쓰기 #2 소설가의일 2020.03.20 261 3
105 시즌1 다음 시즌은 언제?1 파란바나나 2020.05.29 672 3
104 시즌1 편지 끝에 시안 2020.05.13 500 3
103 시즌1 친구에게 보내고 싶어요1 라라 2020.04.27 327 3
102 시즌1 이은정 작가님의 특별한 커피 나무 2020.05.13 498 3
101 시즌1 오늘 커피 너무 좋네요 JaneEyre 2020.05.13 558 3
100 시즌1 셸리올시다2 Shelley 2020.04.03 224 3
99 시즌1 '셸리', 오랜만이에요. 알프 2020.06.16 624 3
98 시즌1 '한 통의 편지'가 아직...3 bisong 2020.04.07 175 3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