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늘 과거를 회상하며 살아요.
하나를 생각하면 끝없이 물고 늘어 지지요. 다른 분들도 그러시나요?
어제는 구내식당에 멀건 된장찌개가 나왔어요. 그러면 저는 남들과 밥을 먹으며 혼자 딴생각을 하게 되죠.
호박과 무가 잔뜩 들어 있던 외할머니 표 된장찌개, 그 된장찌개는 무와 호박이 된장보다 양이 많았지. 무는 길게 채 썰어졌었는데, 된장찌개에 나박썰기를 한 무를 넣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고깃집에서였지. 엄마가 할머니표 된장찌개를 담아주었던 하얀 꽃무늬 도자기 뚜껑의 뚝배기, 뚝배기를 받쳐 주던 물고기 모양 '깔꺼'. 외할머니의 충청도식 사투리, 할머니가 멋대로 된장찌개에 , 그 김치는 양배추 김치였고 질색팔색하던 엄마. 혼자서 계속 .
친구들과 글쓰기 모임을 가졌었는데, 어쩐지 제 글은 늘 과거에 관한 이야기 밖에 없었어요. 잠깐 문창과 수업을 들을 때에 교수들은 "자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재밌지만, 늘 과거 얘기만 해서 부터는 재미가 없다." 하셨구요. 하지만 제 기억은 어제의 기억보다 5살때의 기억이 더 또렷한걸요.
정지우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니 공감이 많이 갔어요. 언젠가 나이가 더 들어 가만히 있어도 눈가에 주름이 생긴다면, 그때의 저는 현재의 저를 그리워 하며 살고 있을듯 해요. 어쨋거나 저쨋거나 21세기는 시시하니까, 20세기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날들을 추억하며 살겠죠.
날이 춥네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월은 '진짜 봄'이었는데, 지금은 롱패딩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코로나와 추위, 취소된 올림픽 덕에 사실 2020년은 없는 해가 아닐까 혼자 생각합니다.
성시경의 '잊혀지는 것들에 대하여'가 생각 났어요. 다들 들어봐 주면 좋을거 같아요.
에..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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