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엄마의 방에 갇혔어요.

화니2020.04.07 09:42조회 수 248추천 수 6댓글 4

나는 늘 엄마라는 방에 갇힌 죄수같은 기분이에요. 십여년전부터 엄마가 아플때마다 돌봐드리고 있는데 점점 지쳐가고 있어요. 다른 형제들의 외면과 의절에 상처입고 상처입고.......

오늘은 가정간호를 신청해서 영양제를 놔드리려고 엄마 집에 왔는데 딸의 안부도 묻지 않으시고 잘 듣지도 않는 약을 처방해줬다며 담당의사 욕을 한바가지 쏟아놓으셨어요. 방문한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액이 안들어가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일러줄때도 본인만 놔두고 가버리면 어떻하냐고 원망과 근심을 두바가지  쏟아내셨어요.

엄마를 두고 돌아설때면 마음 한구석이 아파 발걸음이 무겁지만 막상 엄마를 보면 화가 먼저 나는 것은 엄마라는 방, 감옥에 갇혀버린 느낌이에요. 처음은 분명 이것이 아니었음에도.....

공허의 시간을 보내며 공포스럽기까지 했을 엄마의 방에 봄꽃이라도 사다드려야겠어요.

엉덩이는 바빠요~ (by 화니) 얼음조각 같았던 차무진 작가님의 글 (by 이수아)
댓글 4
  • 2020.4.7 11:08

    아...

     

    저도 부모님 두 분 다 어려운 수술이 많아서,

    대형병원 출퇴근을 (십 년은 아니지만) 몇 년 했네요.

    화니님 말씀처럼, 마음 힘든게 제일 어려운 건데

    본인 몸 불편한 짜증을 왜 자식한테 푸나 싶고...

     

    엄마의 방, 봄꽃...

    제 마음이 다 사르르 녹는 느낌입니다.

    엄마의 방에서, 아이가 된 엄마...

    따지고 보면, 엄마가 아니라 말이 미운건데...

     

    미운말 엄마쟁이랑도

    사이좋게 놀아보자구요...

    봄꽃 보면서...

  • 2020.4.7 11:13

    저도 아프신 어머니가 계셨었는데,

    간호를 위해 어머니의 방에 갇히고,

    대형 병원 입원실에 갇히고,

    호스피스 병실에 갇히고,

    그리고는 갇히지 않게 되었어요.

    힘드시겠지만,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임을 나중에 깨달을 수도 있을거에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 2020.4.7 11:54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방에 봄꽃을 두고 싶어하는 화니님의 마음이 너무 예쁩니다.

    딸에게 엄마란 참 묘한 대상인 것 같아요. 사랑과 애증, 연민.. 이제야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나쁜 딸이거든요.

    엄마의 방에 놓을 봄꽃을 사는 화니님의 마음에도, 그 꽃을 바라볼 엄마의 마음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한 글에 마음이 동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몇 자 썼어요.

    별 것 아닌 댓글에도 작은 힘을 얻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꽃을 한 줌 놓고 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힘내세요.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 2020.4.11 22:40

    그 엄마의 방 문 창호지에 곱게 말린 프리지아를 붙여드리오니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늘 봄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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