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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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고양이처럼 어디엔가 있을텐데

유통기한2020.03.13 13:17조회 수 156추천 수 4댓글 1

 

고양이 좋아하는 마음을 어디 털어둘 곳이 없네요. 

평소에 보이지 않던 고양이가 곳곳에 보여서, 큰일입니다. 

적정거리에서 서로를 관찰하고 말았어야 할 것을 괜히 마음을 줘서. 

어디엔가 고요히 경계하며 숨죽이고 앉아 있을 듯한데  

"다시 생각해봐 이게 우리 최선은 아닐 거잖아"라는 듯한 그 눈빛. 
고양이는 심장에 불쑥 들어왔다가 나가곤 하나요?

편안한 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나요? 

어디 털어둘 곳이 없어, 주술 걸린 듯한 넋두리를 여기다.

고양이 그리워 하다가 숨이 멎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AKSpQUPbb74

댓글 1
  • 2020.3.13 14:46

    선생,

     

      위로가 될지 잘은 알지 못하겠으나 내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소. 나 셸리가 파리에 있을 시절이외다. 당시 《소르본》대학에는 노서아로부터 유학 온 한 학생이 있었는데, 나를 살뜰하니 잘 챙겨주곤 했소. 하지만 내 그녀 곁에 영영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소. 이별의 경과를 내 구구절절 회고할 수는 없겠으나, 간략히 쓰자면 그 학생도 노령으로 돌아가야 했거니와 모름지기 우리들 고양이란 자유를 희구하기 때문이오. 훗날 그녀는 유명한 시인이 되어 《Кошки》라는 시를 썼소. 〈고양이들〉이란 뜻이오. 연후 받아본 그녀의 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오더이다.

     

      《Как ни мани, как ни зови,/Как ни балуй в уютной холе, /Единый миг — они на воле:/В кошачьем сердце нет любви!》 옮겨주자면 다음과 같겠소.〈어찌 꾀든, 어찌 부르든,/아늑한 홀에서 어찌 아껴 주든,/한 순간이면―그들은 달아난다/고양이의 가슴에 사랑은 없도다!〉

     

      아차차, 다시금 생각해보니 내 선생을 외려 더 섭섭게 하였는지도 모르겠구려. 다만 한 가지 기억해두시오. 같은 시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는 것을 말이오. 《Они приходят к нам, когда/У нас в глазах не видно боли. 》 〈그들은 우리에게 온다/우리의 눈에서 괴로움이 보이지 않을 때〉


     

      그 시절 그 시인의 이름은 마리나였던지, 내 기억이 흐릿해져 가오. 그럼 선생, 바라건대 부디 숨은 멎지 말고, 강녕하시오.


    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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