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고양이처럼 어디엔가 있을텐데

유통기한2020.03.13 13:17조회 수 148추천 수 4댓글 1

 

고양이 좋아하는 마음을 어디 털어둘 곳이 없네요. 

평소에 보이지 않던 고양이가 곳곳에 보여서, 큰일입니다. 

적정거리에서 서로를 관찰하고 말았어야 할 것을 괜히 마음을 줘서. 

어디엔가 고요히 경계하며 숨죽이고 앉아 있을 듯한데  

"다시 생각해봐 이게 우리 최선은 아닐 거잖아"라는 듯한 그 눈빛. 
고양이는 심장에 불쑥 들어왔다가 나가곤 하나요?

편안한 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나요? 

어디 털어둘 곳이 없어, 주술 걸린 듯한 넋두리를 여기다.

고양이 그리워 하다가 숨이 멎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AKSpQUPbb74

댓글 1
  • 2020.3.13 14:46

    선생,

     

      위로가 될지 잘은 알지 못하겠으나 내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소. 나 셸리가 파리에 있을 시절이외다. 당시 《소르본》대학에는 노서아로부터 유학 온 한 학생이 있었는데, 나를 살뜰하니 잘 챙겨주곤 했소. 하지만 내 그녀 곁에 영영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소. 이별의 경과를 내 구구절절 회고할 수는 없겠으나, 간략히 쓰자면 그 학생도 노령으로 돌아가야 했거니와 모름지기 우리들 고양이란 자유를 희구하기 때문이오. 훗날 그녀는 유명한 시인이 되어 《Кошки》라는 시를 썼소. 〈고양이들〉이란 뜻이오. 연후 받아본 그녀의 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오더이다.

     

      《Как ни мани, как ни зови,/Как ни балуй в уютной холе, /Единый миг — они на воле:/В кошачьем сердце нет любви!》 옮겨주자면 다음과 같겠소.〈어찌 꾀든, 어찌 부르든,/아늑한 홀에서 어찌 아껴 주든,/한 순간이면―그들은 달아난다/고양이의 가슴에 사랑은 없도다!〉

     

      아차차, 다시금 생각해보니 내 선생을 외려 더 섭섭게 하였는지도 모르겠구려. 다만 한 가지 기억해두시오. 같은 시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는 것을 말이오. 《Они приходят к нам, когда/У нас в глазах не видно боли. 》 〈그들은 우리에게 온다/우리의 눈에서 괴로움이 보이지 않을 때〉


     

      그 시절 그 시인의 이름은 마리나였던지, 내 기억이 흐릿해져 가오. 그럼 선생, 바라건대 부디 숨은 멎지 말고, 강녕하시오.


    셸리

댓글 달기

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시즌2 핫펠트 작가의 소설, 셸리를 통해 최초 발표1 아돌 2021.02.04 2577 5
146 시즌2 앞으로의 4일도 기대되는 주제, 북극2 노르웨이숲 2020.07.20 369 5
145 시즌1 셸리올시다2 Shelley 2020.04.03 219 3
144 시즌6 비밀이 많은 김진규작가님!2 영배알고싶다 2022.02.24 734 2
143 시즌3 작가님께 보낼 편지를 쓸 시간2 archivarin 2021.02.04 754 3
142 시즌6 애정이 있어야 이별이라 부를 수 있다2 오즈 2022.02.24 920 3
141 시즌2 반가워요, 셸리!2 스타크 2020.07.08 198 5
140 시즌1 특별한 사랑2 감람 2020.05.04 230 2
139 시즌3 창문이 액자가 되는 계절2 렌지 2020.12.16 334 6
138 시즌6 이은정 작가님이 애정하는 스트라빈스키를 틈...2 그냥하자 2022.01.25 431 2
137 시즌6 향의 기억, 박은지작가님^^2 영배알고싶다 2022.02.17 714 1
136 시즌4 코로나 확진자가 천명을 넘었네요 ㅠ2 바켄두잇 2021.07.07 1015 2
135 시즌2 아름다운 인간으로 기억되기를2 수지 2020.08.18 578 1
134 시즌3 오늘 에세이 너무 좋아요 ㅎㅎ2 blue 2020.12.15 321 4
133 시즌1 두려움이 없는 고양이의 눈빛이 얼마나 순한지...2 보물선 2020.03.13 220 7
132 시즌8 나는 커피로소이다 구옥정 작가님2 오홍나옹 2022.05.11 599 3
131 시즌6 아껴왔던 고백을 듣는 기쁨2 kimmi 2022.01.26 501 3
130 시즌5 ‘토코와 나’의 책2 2021.11.16 826 1
129 시즌1 구독신청 후 피드백2 deerhunter 2020.03.06 162 0
128 시즌1 셸리외 함께 차마시며 수다 떨고 싶어요.2 감람 2020.04.30 301 6
127 시즌1 오늘 이은정 작가님 글 재미있네요 ㅋㅋ2 봉봉쓰:) 2020.03.13 229 5
126 시즌2 제리작가님 이미 작가님,가능성 입증^^2 수지 2020.08.07 372 3
125 시즌1 화요일 메일이 안와요..2 샛노랑 2020.03.10 123 0
124 시즌6 우리의 이별을 앞두고2 kimmi 2022.02.22 714 2
123 시즌1 매일 같은 메일이 2통이 전달되네요. ㅎㅎ2 해와 2020.03.12 207 2
122 시즌3 정말 생각치 못한 반전2 blue 2020.12.19 562 6
121 시즌1 ㅋㅋㅋ2 정인한 2020.04.22 145 3
120 시즌2 아침을 깨우는 한편의 북극 이야기2 역시계절은겨울이지 2020.07.22 163 4
119 시즌6 "함께" 하는 취미!!2 영배알고싶다 2022.01.18 88 3
118 시즌1 와씨!!!2 해와 2020.03.24 140 5
117 시즌3 김조식님에게2 미화 2020.12.24 614 3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