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그만큼의 거리

시안2020.03.13 13:02조회 수 207추천 수 5댓글 0

 

나는 검은 고양이. 사람들이 나를 보고 대체로 이 품격있게 빛나는 검은 털을 시비거는데 아주 지겨울참이었어. 태어난지 불과 6개월도 안됐는데 털도 없는 민짜 새끼가 나를 엄마에게서 빼앗아 온지 얼마나 됐다고 나만 내쫓는건데? 엄마한테 보내주던지 나 어디로 가라고.....슬픔이 목에 걸려 목소리조차 이상하게 나오잖아.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나는 정말 무섭거든? 날 보고 있는 표정을 보노라면 가관이야. 검은색이 어쨌다는건지...새 집사 준은 깔깔대고 웃어.불 꺼진 자기 방에서 나와 눈 맞추기가 세상 재밌는 일인가봐.걔도 이상해.

난 준의 식구들과 거의 따로 지냈어.거실에 모이면 난 부엌에서 있고 안방에 모이면 난 거실에 있었어.바닥과 그들의 엉덩이가 분리되면 내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가는거야. 얼른 피했어. 보통 그렇지 않아?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일정의 거리.딱 그만큼의 거리는 존중받고 싶은게 당연한거 아닌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해서 바짝 다가오는건 세상 불편한 일이야. 이런 나를 이해하는 건 그녀였어. 그녀는 다가오려다가 내가 피하려고하면 그만두었어.그럼 나도 짜장면 비비듯이 자연스럽게 다시 평온을 되찾았지. 그런 날들이 이어지니까 거리를 결정하는 건 내 몫이 되었어.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서 좀 순종적으로 변하게 되더라. 적어도 받은 만큼의 무엇은 내 입장에서도 견뎌주는게 맞는거 같아. 

맛있는 글밥을 찾아 화선지에 옮겨 쓰고 먹그림으로 옷을 입히는 생계형 작가. 행간의 글들 사이에서 놀 생각으로 설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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