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어쩔 수 없었던 고양이

시안2020.03.11 02:44조회 수 198추천 수 5댓글 4

나의 그녀는 싫어했다지. 고양이를!

 

나는 그날 그렇게 아무렇게나 버려지듯 다른 사람에게 인도되고 싶지 않았어. 나는 사람의 말을 몰랐고 고양이 언어를 쏟아냈지. 니들 맘대로 하지 말라고!!  내 말을 알아 들을리가 없는 그는 자신의 편의에 따라 분양했다가 파양하는 과정 중인거였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날 파양했던 집사는 원래 있던 녀석들과 내가 어울리지 못해서 파양했다더군.그가 나를 이해하기는 했는지 몹시 의심스러웠지만 난 이미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듯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낯선 장소에 도착했어.새롭게 만난 집사(준)는 엄청 추운 겨울이었는데 집에 가지 않았어. 자신의 알바가 끝나고 그 일터에서 나와 야간을 보낸거더군.나를 케리어에 넣어 두었다가 꺼냈다가를 간혹 하더니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면 밤새 나를 돌봐줬어.세상에나! 잡아먹고 싶게 생긴 물체로 나를 약올리기도 했어. 알고보니 그녀! 즉, 지금의 나의 집사가 나를 집에 들일 수 없으니 다른 분양처를 알아보라고 한거지. 비염도 있고 고양이 털은 감당할 수 없으며 특히 음식물에 털이 날아들어 먹는 일은 끔찍하다는거지. 달에 가고 싶은가봐. 맹장이 없으면 우주선을 못 탄타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물질을 오랜기간 먹으면 맹장수술을 할지도 모른다나?

무튼 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주일을 그렇게 외박했고 그녀는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분양처가 생길 때까지 지내도 좋다는 허락을 했지. 난 반갑지 않았어. 무서웠거든. 사람이...

 

난 절대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밥도 소외되어 있을때 입맛이 돌아 조금씩 먹었어. 자주 나를 불렀는데 이름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굉장히 큰 울음소리를 내며 준의 방에서 울었어. 그때만해도 난 사람과의 거리를 1미터 이상 유지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울음을 듣고 그냥 있을수는 없더라. 조심히 다가가 그녀의 뺨을 핥아주었어.왜 그래는지 모르겠어. 그때 그녀가 나를 안아주었고 잠시 견뎠어. 그날 이후 우린 조금 서로에 대해 안전할 수도 있다고 느낀것 같아. 준은 핑계를 대며 분양처에 대해 차일피일 미뤘고 그 사이 그녀와 나의 심리적 거리는 차츰 좁혀졌어. 단 열흘만의 일이었어. 그녀는 점차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보였는데 그 방식이 좀 독특했어.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새벽에 내가 우다다다를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놀아줬어. 날 아주 지치게 만든 다음 다시 자는거야. 아~  그녀도 고양이구나! 난 믿었어. 그리고 사랑에 빠졌지뭐야. 그녀 발바닥에서 나는 락스냄새가 좋았어.그녀가 외출해서 돌아오면 난 골골송을 부르며 발바닥을 내놓으라고 조르고 내 배를 보여줬지. 그게 나의 최선이었어. 7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를 만났을때와 크게 달라진건 없어. 내 배를 보여주고 바닥에서 부침개처럼 이리 저리 뒤집는거 몇 번! 더이상은 사절! 이기적인가?? 그녀의 삶은 뭐가 달라진걸까? 생각하게 만드는 날이군.

맛있는 글밥을 찾아 화선지에 옮겨 쓰고 먹그림으로 옷을 입히는 생계형 작가. 행간의 글들 사이에서 놀 생각으로 설레는 중
댓글 4
  • 2020.3.12 12:33

    제가 아는 선배는 고양이를 분양받아서 애지중지하였는데 하루만에 파양을 하고 말았어요. 자신도 35년째 모르던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었던 거죠. 새벽에 고양이가 자신의 가슴 위로 올라왔는데 그때부터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해서, 함께 슬퍼진 일이 있습니다. ㅠ

  • 시안글쓴이
    2020.3.12 22:41

    어이쿠..어쩌면 좋아요.설레고 기쁘고 행복해 하며 데려오셨을텐데요. 인생 첫 알레르기에 너무 놀라셨겠어요. 잘 지내고 계신거죠?

  • @시안
    2020.3.13 07:25

    제가 직장을 그만두며 선배와도 연락할 수 없게 됐어요. 그러나 그 선배도 고양이도 저만큼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

  • 시안글쓴이
    2020.3.13 07:43

    좋은 날이예요. 살면서 지나간 인연도 생각해 보고 작은 에피소드도 떠올리며 안녕을 바라주는건 정말 좋은 일이잖아요.

    기쁘고 행복한 오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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