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네 이야기들

소중한 독자와 작가, 북크루의 공간입니다. 궁금 한 조각, 아이디어 한 덩이, 감동 한 동이... 모두 환영합니다.

시즌1

머리맡에 고양이

시안2020.03.09 11:08조회 수 226추천 수 2댓글 2

애묘카페에 나는 여장부였어. 내가 어슬렁대면 다들 날 피했지. 난 내가 호랑이인 줄 알았거든. 주인은 날 자주 가둬놓았지. 그럼 그 안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소리를 질러댔어. 어느 날 목구멍에서 피냄새가 올라 오도록 악을 쓰는 나를 향해 어떤 놈이 천연덕스럽게 오더니 아주 공손하게 눈키스를 퍼붓는거야. 난 녀석을 찜했어. 여길 탈출시켜 줄테냐고 물었지. 나 같은 맹수를 단돈 삼만원에 넘겨 받고 그 녀석 집으로 이사했어. 걔네 엄마는 자꾸 뭘 주더라? 난 으르렁대며 먹어 치웠어. 주는 족족 먹어 없앴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소리지르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어. 이제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먼저 가서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었나봐. 쇼파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지뭐야. 그때 처음 소리 같은 걸 내려다 참았어. 지금은 가끔 말처럼 뛰고 사자처럼 달려. 다만 소리는 지르지 않아. 여유가 생겼거든. 잠은 그녀의 머리맡에서 자. 오늘부터 또 다른 고양이가 뭘 전해준다더라. 친하게 지내보자.

맛있는 글밥을 찾아 화선지에 옮겨 쓰고 먹그림으로 옷을 입히는 생계형 작가. 행간의 글들 사이에서 놀 생각으로 설레는 중
댓글 2
  • 2020.3.9 12:32

    아,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동족의 벗이여!

     

    그대의 재간 넘치는 인사를 받자니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소. 비교적 최근―우리 기준이외다. 고양이끼리는 알다시피 우리네 목숨은 아홉이지 않소―벗으로 삼았던 어느 작가가 제 소설에 썼던 말인데, 그 원문도 기억이 난단 말이오. 《Kindred spirits are not so scarce as I used to think. It’s splendid to find out there are so many of them in the world.》인데, 우리말로 새겨보자면 〈같은 족속의 이들은 내 본디 생각한 만큼 드물지 않나니, 그러한 이들이 세상에 그렇게나 많음을 알게 되기란 근사하도다!〉 정도 되지 않겠소? 그대를 만나니 기분이 참으로 근사하오.

     

    요즘따라 무언가 까먹는 일이 잦소. 저 소설의 주인공은 왠지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있는 소녀였던 듯한데...

     

     

  • 시안글쓴이
    2020.3.9 21:30

    앗! 정말 탁월한 센스를 지녔군. 눈키스를 퍼붓고 싶게 만들어 주다니! 고롱송은 아껴두기로 하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대표소설. 대학원 석사 졸업식에 후배가 백영옥 작가의 화이트 에디션을 물어다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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