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승일, 구효진, 김민섭, 김성혜, 김지영, 김희중, 노정석, 문민혁, 박남숙, 박소연, 양은영, 원미영, 유민정, 이수아, 장창현, 정혜선, 주영헌, 한누리, 한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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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크루 |
📅 | 2021-09-30 |
내 이름으로 빛나는 시집
우리가 투명해지고 있다는걸 행인들은 알까
작가와 함께하는 클라스 작:클
<김승일 시인과 내 이름으로 빛나는 시집 출판하기 (1기)>
https://www.bookcrew.net/class/88799
책소개
김승일 시인이 북크루의 ‘작클’ (작가와 함께하는 클라스) 수강생 18명과 함께 쓴 시집이다. 수강생들은 8주 동안 김승일 시인에게 시작법을 배우고 각자의 창작시를 2편씩 완성했다. ‘내 이름으로 빛나는 시집’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클라스에는 시인, 동화작가, 대학생, 회사원, 동네책방 대표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고, 저마다의 삶을, 사유를, 경험을, 서정과 서사라는 시의 언어로 담았다.
책속에서
몸이 먼지처럼 작아지고 마음이 먼지처럼 부유하는 그 시절에
내가 간신히 품고 지켜냈던 건 결국 내 몸의 사전이었다
새겨진 그 언어의 용례들을, 나의 세계의 유일한 주민들을,
나는 쉼표 하나라도 빠져 나가지 못 하게 끌어안았다
한 사람의 사전이란 그렇게 완성된다
네가 어떠한 소진을 거쳐 나와 닮은 사전을 완성했는지 나는 알지 못 한다
내가 그랬듯 너의 몸도 무탈하지는 못 했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할 뿐이다
서로의 사전을 발견하고 대조해 나가던 그 순간들은
부단히, 분주히, 서로의 몸을 지켜 온 이유를 알게 해 주었고
나는 비워 두었던 사전의 마지막 장에
‘나의 너’라는
감수자의 이름을, 비로소, 새겨 넣었다
<나의 너에게 가는 길> 중에서
너의 곁에 있고 싶었어
이산화탄소와 너의 농도
우린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지
잎사귀들은 모두 다른 초록이었고
나무는 비밀을 품고 밤을 기다렸어
마당을 등지고 앉았어
온전한 달빛은 나의 등에 닿지 못하고
부서진 달빛은 너의 가슴 위로 쏟아지고
우리가 사랑했던 고양이의 흔적을 따라가는 중이야
다시 기억나게 해줘 기억나지 않는 저녁은 바람에 실려 가는 나
그네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지
밤은 부어오를 새도 없이
가라앉을 새도 없이 흔들리는 중이야
<우리가 투명해지고 있다는 걸 행인들은 알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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